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대구은행장 겸임)이 지역 시민단체로부터 강한 사퇴 압박 요구를 받았다. <뉴시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대구은행장 겸임)이 오늘(13일) 다시 경찰에 소환됐다. 어느덧 3차 소환조사다. 박인규 회장은 쏟아지는 사퇴 압박에도 꿋꿋하게 경찰 조사에 응하고 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된지 5개월째에 접어든 가운데 이를 지켜보는 지역 여론은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각종 비리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지역 시민단체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구속수사’와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 지역 시민단체, 구속수사와 사퇴 목소리↑

대구참여연대와 대구경실련, 우리복지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10시 대구지방경찰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회장의 사퇴를 강하게 촉구했다. 이들은 “(박 회장의) 범죄 혐의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라며 “이 정도면 수사 결과에 무관하게 책임을 지는 것이 은행장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법인카드로 상품권 대량구매 후 현금화하는 이른바 ‘상품권깡’을 통해 30억원 상당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중 일부를 사적유용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해당 건 외에 최근 채용 청탁 비리와 공사비 미지급 갑질 의혹까지 추가로 불거졌다.

이 가운데 공사비 미지급 갑질 의혹은 시민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의혹이다. 대구참여연대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15년 대구 동구에 있는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대구은행 협력업체인 A싸에 시공을 맡겼다. 대구참여연대 등은 “박 회장이 당시 시공을 맡기고도 A사에 수천만 원대 공사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건축업체는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한 대구은행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 또 각종 의혹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 회장에 대해서는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다른 은행들에서는 범죄가 입중되기 전 구설과 수사 선상에 오른 것만으로도 행장이 사임했다”며 “책임감 있는 은행장이라면 사퇴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박 회장은 권력 유지에 급급해 변명을 일삼고 수사에 비협조하며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 시민단체 “박 회장 권력 유지에 급급” 비판

대구참여연대, 대구경실련, 우리복지시민연합 회원들이 13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대구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박인규 대구은행장 구속 수사 및 은행장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박 회장은 시민사회와 노동조합 등에서 사퇴를 촉구해왔음에도 침묵을 유지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경찰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논란까지 사기도 했다.

대구경찰청은 당초 6일 박 회장에게 경찰에 출두할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5일 병가를 내고 입원하자 1주일 뒤인 13일로 소환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그런데 당초 경찰 출두일인 6일 박 회장이 은행으로 정상 출근하면서 구설이 일었다. 은행 측은 박 회장이 급하게 결재할 것이 있어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했다고 해명했지만 한동안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다.

이날 시민단체는 경찰의 수사 진행 속도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도 내놨다. 이들은 “수사 5개월이 지나도록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구속수사를 통해 보다 조속하고 엄중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오늘 박 회장을 불러 마지막으로 불러 조사한 뒤 충분한 검토 시간을 거쳐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과연 수개월간을 끌어온 경찰 수사가 어떤 결과로 귀결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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