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줄이고 휴식시간 연장… 각종 편법 기승
“최저임금 인상,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정책도 따라줘야”

내년도 인상된 최저임금 적용을 피하기 위한 각종 꼼수들이 납립하고 있다. 노동계는 신고센터를 설치해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내년부터 적용될 역대급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곳곳에서 ‘꼼수’가 난무하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물론, 대기업과 교육당국도 예외가 아니다. 노동계는 아예 신고센터를 설치해 최저임금 인상을 저지하는 편법행위에 대해 신고를 받고 있다. 나도 겪을 수도 있는 ‘최저임금 인상을 피하는 편법’. 무엇이 있을까?

◇ 신종 시간꺽기 보통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사업장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존에 지급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급여를 맞춰 근로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다. 노동자 입장에선 근로 시간은 줄었지만 생계수준은 최저임금 인상 전과 다를 바가 없다. 특히 대다수 아르바이트생들이 저임금 노동자임을 감안한다면, 이번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기존에 영화관과 패스트푸드 점 등에서 꾸준히 지적됐던 ‘시간 꺽기’ 수법과 비슷한 방법이다.

◇ 근로시간 단축 최근 신세계그룹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주 35시간 근무를 선언하며 부각됐다. 기존보다 근무 시간을 한 시간 단축하면서 계열사인 이마트도 오후 12시에서 오후 11시로 한 시간 앞당겨 폐점할 전망이다. 신세계 측은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마트 노조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 시키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저임금, 고강도 노동 문제를 모두 안고 있는 대형마트에서 임금 인상은커녕 근로시간 단축으로 노동 강도만 높아질 것이라는 게 노조 측의 주장이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노동시간이 긴 나라다. 이마트 직원들이 장시간 노동을 하고 싶어서 이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마트의 경우 평균 월급이 145만원으로, 시급으로 계산하면 6,940원 가량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릴 계획이다. 기존처럼 하루 8시간을 일하면 2020년에 209만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하루 7시간을 일하면 최저임금 1만원을 적용해도 월급 183만원 이상을 받기가 힘들다.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인상 혜택을 볼 수 없게 된다.

◇ 휴식시간 연장 주로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이 겪는 문제다. 하루 24시간 근무 중 적게는 6시간, 많게는 12시간까지 휴게시간이 보장돼 있지만 실상은 ‘쉬지 못하는 휴식시간’이다. 엄연히 휴게시간임에도 주차 관리, 택배 업무, 주민 민원 등 하루 종일 일을 하지만 계약상 휴게시간을 무급으로 하면서 사실상 무임금 노동을 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적용될 경우 ‘쉬지 못하는 휴식시간’이 더욱 연장될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다행히 지난 13일 대법원은 경비원들에 대한 야간 휴게시간에 대해 사용자의 감독 아래 시간을 보냈다면 근로시간으로 봐야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삼풍아파트 경비원들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야간 휴게시간에 가면(몸은 자고 있어도 머리는 활동하는 것) 상태를 취하면서 급한 일이 발생할 시 즉각 반응하도록 지시했고 경비실 내 조명을 켜놓도록 했다”며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대기시간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대법원은 삼풍아파트 경비원이 입주자대표회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휴게시간 중에도 사용자의 감독 아래 근무지에서 시간을 보냈다면 근무시간으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뉴시스>

◇ 통산임금 등 임금체계 개편 각종 수당으로 붙던 식비, 상여금, 교통비 등을 기본급으로 전환해 사실상 임금을 동결하는 방법이다. 최근 KCC 여주공장이 이 같은 방침을 발표해 노조 측과 대립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이 경우 입사 8년차까지 120여명의 기본급이 내년도 최저임금보다 적어진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지난 10월 ‘월 통상시급 산정기준’을 변경하자는 교육부와 교육청을 상대로 격한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월 통상시급 산정기준을 변경할 시 오히려 기존보다 임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 프랜차이즈업계, 상생안에 숨겨진 꼼수 신세계그룹의 ‘임금 삭감 없는 근로시간 단축’과 함께 ‘신선한 꼼수’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편의점을 주축으로 프랜차이즈 본사가 알바 비용을 감당해야할 점주들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각종 상생안을 마련하고 있다. 알바의 급여를 본사 측에서 부담해야 할 의무는 없기에 자칫 훈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실상은 신규 점포를 늘리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가뜩이나 과잉상태인 프랜차이즈 업계는 점포수가 늘수록 출혈 경쟁만 하게 된다는 점에서 점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앞서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 증대 소비 증가’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장기불황에 따른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가 매년 증가하면서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물론 이로써 발생할 여러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들도 함께 언급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프랜차이즈 유통문제,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문제, 대기업의 골목시장 장악 등 국내 산업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정부의 제재장치보단 최저임금 인상을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얼룩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동주 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여러 카드들을 꺼내긴 했지만 아직까진 가시적인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라며 “시장을 안정화 시켜주는 것이 전제가 돼야 지금과 같은 꼼수 난립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상생안 발표에 대해서는 “프랜차이즈 업계가 겪고 있는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닌 본사 위주의 수익구조”라면서 “인테리어 강요, 무리한 강매 등 온갖 갑질로 점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본사만 돈 버는 식의 수익구조부터 뜯어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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