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관리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재직 시절 함께 근무했던 수석비서관들에게 서운한 마음을 나타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심정이 복잡해졌다. 청와대 재직 시절 함께 손발을 맞췄던 수석비서관들이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에 대해 선을 긋자 섭섭한 마음이 생겼다. 모철민 전 교육문화수석의 진술이 직격탄이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14일 서울고법 형사3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서 특검팀으로부터 ‘모철민 전 수석 등은 보조금 사업 전수조사, 좌파에 대한 배제 성과를 내지 않아 질책을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수석들을 꾸지람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이어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수석들도 위법한 일이라며 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면서 “한마음 한뜻으로 국가에 충성한다고,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와서 하기 싫은 일을 실장이 억지로 강제했다는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좌파’ 용어를 사용한 것은 ‘반국가·반체제’를 의미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교체 배경에도 억울함을 나타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블랙리스트 적용에 적극적이지 않아 교체된 게 아니라 “세월호 사태로 민심 수습 차원에서 개각을 단행”했을 당시 유진룡 전 장관이 포함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를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그는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취지는 아니”라면서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내려 보내는 과정을 보고받거나 본 적이 없어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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