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융지주사 경영 승계 시스템에 날선 비판을 가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결국 칼을 뽑았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제재를 가하며 승계 시스템에 대대적인 손질을 요구한 것이다.

금감원은 최근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검사한 결과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 등에서 다수의 문제를 발견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경영유의는 금융회사의 주의 또는 자율적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적 지도 성격의 조치다.

우선 KB금융은 5건의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금감원은 KB금융의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회장 후보자군에 대한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이 일반적인 연수·교육 프로그램과 차별성이 없고, 이사회 등에 보고하고 사후 검증하는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상시지배구조위원회의 운영 개선도 요구했다. 금감원은 잠재적인 후보군인 이사 등이 경영승계절차와 후보군 선정을 관장하는 상시지배구조위원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사외이사 평가 절차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감원은 이사회가 아닌 간담회 방식을 통해 사외이사를 평가하고 간담회에 현 회장이 포함되는 등 사외이사의 독립성 확보 취지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꼬집었다.

하나금융은 7건의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하나금융은 CEO 승계 절차와 관련 투명성과 공정성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 후보군의 경우 그룹 핵심담당 임원과 핵심인재 후보군 중에서 찾아야 하지만 기준이 모호해 자의적으로 운영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외부 후보군은 이사회 지원부서가 우선 탐색한 후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제시한 인물을 후보군에 포함할지 여부를 논의하고 있어 투명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금감원은 주장했다.

특히 현 회장은 원칙적으로 CEO 후보군에 포함돼 있음에도 회추위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반면, 일부 사외이사의 경우 회추위에서 배제돼 공정성이 우려된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KB금융은 최근 윤종규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이 세 번째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이번 제재 조치로 상당히 난처한 처지에 몰릴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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