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된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사에게 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가 시작된 지 1년4개월째지만 아직도 검찰은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구속됐다. 검찰의 영장 청구 시도 세 번째 만이다. 두 번의 영장심사에서 모두 기각을 받아냈지만, 불법사찰 혐의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영장심사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혐의 사실이 소명되고, 특별감찰관 사찰 관련 혐의에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선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는데 이석수 전 특감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법정에 출석해 “왜 감찰을 하느냐”고 자신에게 불만을 토로한 우병우 전 수석의 발언을 폭로한 바 있다. 앞서 우병우 전 수석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전략국장에게 자신을 감찰 중인 이석수 전 특감의 동향 파악을 지시하고 그 결과를 보고받은 혐의를 샀다.

◇ 특감법 위반 혐의 결론 못낸 검찰… 이석수 ‘답답’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은 직권남용과 권리행사방해죄로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그 ‘피해자’로 이석수 전 특감을 적시했다. 물론 우병우 전 수석은 부인했다. 검찰조사에서 “추명호 전 국장이 알아서 동향을 파악해왔을 뿐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 이와 달리 추명호 전 국장은 ‘우병우 전 수석의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이석수 전 특감에 대한 불법사찰이 있었다는 것만은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석수 전 특감은 피해자인 동시에 피의자이기도 했다. 우병우 전 수석과 관련된 감찰 내용을 특정 언론사에게 알려준 혐의(특별감찰관법 위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보수시민단체 ‘대한민국수호천주교인 모임’이 검찰에 고발했다. 수사가 시작된 지 벌써 1년4개월째다.

당초 검찰은 신속한 수사 의지를 보였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닷새 만에 우병우·이석수 특별수사팀이 출범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특별수사팀이 해체되면서 사건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해당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도 1년째 끌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게 답변의 전부다. 일각에선 검찰이 의도적으로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우병우 전 수석이 이석수 전 특감에 대한 불법 사찰과 관련 증거 인멸의 우려로 구속영장을 받았다. 그는 해당 혐의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뉴시스>

이석수 전 특검으로선 답답한 상황이다. 지난 6월 특별감찰관실에서 함께 활동했던 백방준 변호사와 함께 사무실을 냈지만, 피의자 신분을 벗지 못하면서 사실상 발이 묶였다. 앞서 그는 특감법 위반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어떠한 경우에도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밀을 누설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현행 특별감찰관법은 감찰 진행 상황을 외부에 누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건 초기만 해도 이석수 전 특검은 “의혹만으론 사퇴하지 않겠다”며 버텼다. 하지만 자택과 사무실에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사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이석수 전 특검은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해 수사하기로 한 이후 청와대에서 ‘국기문란’이라고 말했다”면서 “청와대 압수수색으로 휴대폰과 업무일지를 다 뺏겼다. 공직자로서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버티고 있는 것은 조금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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