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를 막아서고 있는 말라가 선수들. 말라가는 현재까지 팀 득점이 메시의 개인 득점에도 미치지 못한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전 세계 축구시장은 갈수록 ‘쩐의 전쟁’이 극심해지고 있다. 좋은 감독, 좋은 선수에 앞서 재력을 갖춘 구단주의 존재가 가장 근본적인 경쟁력이 됐다. 선수들의 몸값은 수천억원을 오간다. 해외의 부호가 구단을 사들여 대대적인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자주 목격되며, 중국 구단들은 입이 떡 벌어지는 금액으로 스타급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말라가도 부호를 등에 업은 구단 중 하나였다. 카다르 왕족인 압둘라 빈 나세르 알타니가 2010년 말라가를 인수했다.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만난 첼시, 셰이크 만수를 만난 맨체스터 시티처럼 말라가 역시 큰 기대를 받았다.

변화는 즉각 나타났다. 첼시나 맨시티가 그랬던 것처럼 파격적인 투자는 아니었지만, 준수한 선수들이 속속 말라가 유니폼을 입었다. 무엇보다, 과거의 말라가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훌리오 밥티스타, 판 니스텔루이, 제레미 툴랄랑, 나초 몰레알, 호아킨, 산티 카솔라, 이스코 등 요소요소에 ‘폭풍영입’이 이뤄졌다.

알타니 구단주를 만나기 직전인 2009-10시즌, 말라가는 리그 17위로 간신히 강등을 면했다. 알타니 시대 첫 시즌인 2010-11시즌에도 16위로 마쳤다. 하지만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진 직후인 2011-12시즌, 말라가는 리그 4위로 순위가 수직상승했다. 강등 위기에 시달리던 팀이 한 순간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팀으로 변모한 것이다.

하지만 꿈 같은 시절은 그리 오래가질 못했다. 알타니 구단주는 프리메라리가의 중계권료 배분 방식에 불만을 가졌고, 말라가에 대한 관심도 뚝 떨어졌다. 일회성 투자를 넘어 꾸준한 투자가 이뤄져야 진정한 강팀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데, 말라가는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밀린 주급이 쌓여갔고, 재정은 순식간에 악화됐다. 결국 유능한 선수들이 하나 둘 말라가를 떠났다.

이후에도 일정 기간 말라가는 중위권 성적을 유지했다. 2012-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성적은 6위-11위-9위-8위-11위를 기록했다. 비록 갑부 구단주의 등장이 첼시나 맨시티처럼 우승까지 이어지진 못했지만, 적어도 강등권에선 멀찌감치 벗어난 성적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말라가는 시즌의 절반인 19경기를 치른 현재 3승 2무 14패 승점 11점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꼴찌’ 라스 팔마스와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앞서 19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8위 데포르티보와의 승점차는 5점이다.

말라가의 가장 큰 문제는 빈약한 공격력이다. 19경기에서 13골밖에 넣지 못했는데, 이는 리그 득점 꼴찌에 해당한다.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17골을 넣는 동안 말라가 팀 전체는 그보다 적은 골을 넣었다. 말라가는 패한 14경기 중 12경기가 무득점 패배였다. 0대1로 패한 경기도 6경기나 된다.

현재로선 반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말라가는 새해 들어 2경기를 모두 패하는 등 4연패에 빠져있고, 이 기간 단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선수보강은 기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극약처방으로 감독 교체를 단행한 것 정도만이 기대할 수 있는 변수다.

축구계에서 시작돼 널리 퍼진 유행어 중 ‘리즈 시절’이란 말이 있다. 해석하자면, 잘 나가던 전성기 시절을 의미한다. 여기서 ‘리즈’는 과거 잉글랜드의 명문 구단으로 위세를 떨치던 ‘리즈 유나이티드’를 가리키는 말이다. 만약 말라가가 올 시즌 강등을 면치 못하고 프리메라리가를 떠나게 된다면, ‘말라가 시절’이란 신조어가 생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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