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차관.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검토하는 가운데 시민단체가 해당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했다. 지난 15일 JTBC <뉴스룸>은 당시 성 접대를 강요받았다는 피해 여성과 수사 검사와의 통화 내용을 보도하며 검찰이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시민단체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은 물론 당시 사검 담당 부장검사(서울중앙지방검찰청 강력부장)였던 강해운 전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도 함께 고발했다.

◇ 두 차례의 검찰 수사, 두 차례의 무혐의 처분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법무부차관으로 임명됐다가 6일 만에 사퇴했던 김학의 전 법무차관이 또 다시 같은 사건으로 고발당했다. 김 전 차관은 일명 ‘별장 성 접대’ 동영상 파문으로 2013년 11월과 2014년 11월 각각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검찰은 두 차례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김 전 차관 역시 억울함을 밝히면서도 물의를 일으킨 책임으로 직에서 내려왔다.

경찰청 특수수사대는 2013년 3월경 문제의 동영상을 입수했다. 이 동영상은 2008년 말 건설업자 윤중천 씨가 촬영한 것으로, 강원도 원주시 한 별장에서 중년 남성과 다수의 여성들이 노래를 부르며 성관계를 맺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4개월간의 수사 끝에 동영상 원본을 확보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및 민간연구소 분석 결과를 통해 김 전 차관과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를 중심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려 4개월간 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당시 64명을 상대로 140여차례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지만, 2013년 11월 결국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김학의 전 차관이 첫 번째 검찰의 칼날을 비켜간 순간이었다. 경찰은 즉각 불쾌감을 나타냈다.

표창원 당시 경찰대 교수는 자신의 SNS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느라 억지논리 동원하는 검찰. 박근혜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박 마음 속 검찰총장’ 김학의를 살려주려 수사의 기본을 뒤집는군. ‘친박무죄, 반박유죄’”라고 꼬집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여론을 예상했던 검찰은 윤씨에 대해서는 특수성폭행 및 마약류 법률 위반 등 10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윤씨는 성 접대 혐의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 전 차관이 무혐의를 받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다.

그렇게 유야무야됐던 사건은 2014년 7월 자신을 영상 속 피해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이모 씨가 김학의 전 차관과 윤씨를 다시 고소하면서 재조명됐다. 이씨는 첫 번째 검찰 수사에서 김학의 전 차관과 윤씨가 성매매 혐의 등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자,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게 탄원서까지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두 번째 조사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지난 15일 jtbc <뉴스룸> 보도 내용.

◇ 검찰, 고소인 조사 과정서 드러난 사건 무마 정황

지난 15일 JTBC <뉴스룸>은 김학의 전 차관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피해 여성과 당시 수사 검사와의 통화 내용을 보도했다.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을 지적하는 이씨에게 검사는 “왜 조사를 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걸 조사해야 하는지 말씀을 해주셔야 제가 조사를 하죠. 과거에도 수사를 했지만 똑같이 반복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씨가 다시 고소를 하게 된 배경과 영상 속 인물이 본인임을 입증하는 자료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말했지만 검사의 묵살은 계속됐다. 검사는 “과거에 조사한 내용과 이번에 추가 진술한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거나 “인지사건은 검찰이 능동적으로 파헤치는 사건이고, 고소사건은 고소인이 주장하는 범위에서만 조사를 하는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이 17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성접대 의혹과 관련 철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는 17일 오전 11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덮었던 김학의 전 차관의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면서 “검찰은 두 번째 수사에서 김 전 차관을 단 한 차례 소환조사도 없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영상 속 장소인 별장에는 각종 음란비디오와 쇠사슬, 채찍 등이 발견됐고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만 30명”이라며 “피해 여성들은 윤씨가 술에 약을 타서 강제로 먹이고 발설할 시 세상에 얼굴을 들지 못하게 하겠다며 협박을 했다고 일관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윤씨는 피해 여성들의 의사에 반해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가족들에게 까지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가 해당 영상을 검찰에 증거자료로 제출했음에도 검찰이 이를 묵살했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이들은 “두 번째 고소장이 접수됐을 때도 검찰은 첫 번째 수사 당시 검사를 배치했다”면서 “피해자가 조사를 거부하자 그제 서야 검사를 바꾸고 한 차례 고소인 조사를 진행했지만 녹취에서 드러났듯이 수사는 재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 사건을 지휘했던 부장검사 또한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강해운 전 서부지방검찰청 부장검사에 대한 조사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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