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대표와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개혁보수 인사들이 엇갈린 선택을 하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보수진영 내 개혁파 인사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통합을 통한 중도보수연합을 고려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보수통합이 우선”이라며 이에 반발해 한국당행을 결정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자신의 행보를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탈당 후 무소속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상황이다.

‘개혁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이 서로 갈라진 것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음 선거까지 시간 여유가 있는 유승민 대표는 선택의 폭이 비교적 넓다. 원내 교섭단체 지위를 잃었지만, 당권을 잡고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무엇보다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과 통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로 한국당을 추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는 게 고무적이다. 바른정당의 창당 목표였던 보수의 ‘본류’를 옮겨볼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 유승민 ‘보수재편’, 남경필 ‘보수주류’, 원희룡 ‘보수메시아’

남경필 지사의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속내가 복잡하다. 이재명 성남시장 등 여권인사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고, 정당지지율에서도 민주당세가 강하다. 실제 <중앙일보>가 자사 연구팀과 지난달 28일 실시한 경기지역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 41.6%를 기록했다. 후보자별로 민주당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이 50.5%로 과반을 넘었고, 남 지사는 17.9%에 머물렀다. 과거 새누리당을 선도탈당하며 바른정당 창당에 큰 기여를 했던 남 지사가 ‘굴욕’을 감내하며 한국당으로 유턴한 이유로 풀이된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가능>

다만 정치권에서는 남 지사가 이번 지방선거만 보고 이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 기류다. 바른정당의 한 중진의원은 사석에서 “정치인은 선거승리라는 플랜A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당연히 패했을 때를 가정한 플랜B가 있다”며 “남 지사는 선거승리도 중요하지만, 홍준표 대표 이후 당권을 장악하는 데에 더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남 지사가 한국당 복당을 선언하며 “세상을 어지럽히는 ‘동탁’을 토벌할 수 있다면 기꺼이 ‘조조’가 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원희룡 지사는 남 지사와 상황이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남 지사가 지방선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원 지사 측은 재선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제주도의 역대 선거풍토를 보면 대통령 선거의 경우 중앙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지방선거나 총선에서는 지역특성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게 제주지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국적으로 보수진영이 어렵지만 제주에서는 이와 별개로 원 지사 개인의 ‘인물론’으로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원 지사 입장에서는 정당에 소속돼 중앙의 여론전에 휩싸이기 보다 무소속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 홍준표 대표 체제 무너뜨렸던 과거 악연 ‘주목’

유승민 대표의 만류로 원 지사는 일단 탈당카드를 보류했다. 하지만 “도민의 뜻,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겨 놨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최종 결정될 전당대회 전에는 원 지사가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 측 한 관계자는 “(선거와 관계없이) 지금의 선택이 지방선거 이후 원 지사의 정치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원 지사와 친분이 있는 바른정당의 한 의원은 “원 지사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는 것 같다”며 “무소속으로 출마해 도지사에 당선된다면, 한 동안 무소속으로 선거결과에 따른 정계변화를 지켜보다가 정리가 되면 여유 있게 자신의 거취를 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혁보수’ 주자들의 선택은 엇갈렸지만, 그 전제에 공통점이 있다. 차기 대권을 위해 보수세력 재편을 노리는 유 대표도, 기존 보수세력의 주류가 되려는 남 지사도, 변방에서 화려한 중앙무대 등장을 기대하는 원 지사도, 홍준표 한국당 대표체제의 수명은 지방선거까지라는 인식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세 사람은 과거 홍 대표 체제를 한 차례 무너뜨린 전력이 있다. 선관위 디도스 사건이 터졌던 2011년 당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었던 세 사람은 집단 사퇴 카드를 꺼냈다. 최고위원회가 사실상 마비되면서 홍 대표 체제는 크게 흔들렸다. 홍 대표는 “파도는 곧 지나간다”며 버티기에 나섰으나 끝내 자리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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