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이면 개성공단이 폐쇄 된지 꼭 2년이 된다. 하루아침에 ‘깜짝 발표’로 일터를 잃은 입주기업 대표들은 그날 이후 한시도 편히 잠든 적이 없다. 생전 처음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도 나갔다. 2016년 여름 이야기다. 같은해 10월 ‘비선 모임의 논의 주제는 10%는 미르‧K스포츠재단, 90%는 개성공단 폐쇄 등 정부 정책과 관련된 내용이었다’는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한겨레> 인터뷰가 보도되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부랴부랴 헌법소원을 제기했지만, 이어진 촛불정국과 대선 등 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개성공단 문제는 잊혀져갔다. 그러나 평창올림픽 개최와 함께 한반도 정세가 급반전하자 입주기업 대표들은 애써 접어뒀던 ‘희망’을 다시 꿈꾸고 있다. <시사위크>는 지난 1월 24~25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을 만나 2년간 꺼내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회장은 어망과 통발 등을 생산하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신한물산(주)의 대표이기도 하다. 신 회장은 지난해 4월 제12기 정기총회를 통해 제7대 협회장으로 선출됐다. 개성공단이 문을 닫고 14개월이 지난 무렵 협회장을 맡은 신 회장은 자연히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위원장도 겸임하게 됐다.

막혀있는 개성공단 출입구. <뉴시스>

◇ 피해 보상하겠다던 정부, 얼마나 이뤄졌나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직전 협회장 및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된 신 회장은 시작부터 각종 난관에 봉착했다. 북한이 MB정부 및 박근혜정부 초기 때처럼 새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사일 발사로 긴장감을 조성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2016년 여름 땡볕까지도 시위와 입장 발표 등을 이어갔지만 갑자기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활동이 어려워졌다”면서 “결국 탄핵정국, 대선을 지나 새정부를 맞이했지만 지금도 상황이 여의치 못하다”고 설명했다.

2016년 8월 개성공단기업협회는 개성공단 중단 6개월 동안 기업들이 입은 피해액이 1조5,000억원이라고 밝혔다. 반면 같은 기간 정부는 7,779억원을 피해금액으로 발표했다. 현재 이중 5,173억원이 기금 형태로 지급됐지만 나머지 2,606억원은 받기 어렵게 된 상황이다.

신한용 개성공단협의회장이 정부의 소극적인 피해보상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시사위크>

신 회장은 “현재 개성 입주기업은 124곳으로 협력업체는 5,000여곳, 관련 종사자만 10만명에 이른다. 전 정부에 7,779억원이라도 받겠다고 했지만 그나마도 전액 받지도 못했다”면서 “새정부가 들어서면서 기대가 컸지만 지난해 11월 남은 금액의 4분의1도 안 되는 660억원만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형평성을 언급했지만, 우리가 경영을 못해서 망한 게 아니라 정부의 방침 때문에 망한 것”이라며 “보상은 당연히 완전 보상이 원칙이어야 하지만, 정부가 그렇게 발표하는데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기업 대표들은 향후 개성공단이 다시 개방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보험제도 법제화를 촉구하고 있다. 신 회장은 “개성공단이 열리기 전에 반드시 보험제도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북측이든 우리 정부든 어느 한쪽이 전쟁 등의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아닌데도 정상화합의를 어길시 전액 보상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 “개성공단, 북한에만 이득? 우리나라가 더 이득”

신 회장은 개성공단이 다시 열려야 하는 이유로 우리나라가 얻는 경제적 이익을 꼽았다. 현재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 수는 124개. 고용된 북한 근로자는 5만4,000여명이었다. 2014년 기준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북한에 지급한 인건비는 약 8,840만 달러(약 1,015억 원)로 개성공단 연간 생산액 4억6,997만 달러(약 5,400억 원)의 18.8%를 차지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2월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성공단기업피해대책위원회와 민주실현주권자회의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남북경협 재개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반면 2014년 한국은행과 한국산업단지공단 발표에 따르면 개성공단이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은 부가가치 생산액 2조6,000억원~6조원, 생산유발액 3조2,000억원~9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개성공단으로 남측이 훨씬 더 경제적 이득을 본 것이다.

신 회장은 “국민들이 개성공단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데, 이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경제적 이익에 대한 정부 차원의 홍보도 수반돼야 한다”면서 “개성공단을 통해 새정부의 한반도 신경제 지도가 그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근 올림픽개최와 맞물려 한반도정세가 대화모드로 바뀌고 있는 것에 대해선 “분위기에 취하지 말고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한 달 동안 축제만 즐기다가 중요한 일은 놓치면 무슨 소용이겠냐”며 “올림픽이 끝나면 곧바로 방북 신청을 할 계획이다. 정부도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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