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지난 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지난 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성공적인 출발을 보이고 있다. 당초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이를 말끔히 씻어낸 모습이다. 특히 북한의 극적인 참가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고, 개회식이 호평을 받으면서 흥행에 청신호가 켜졌다. 임효준이 첫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선수들의 몸놀림도 가볍다.

이런 가운데, 비인기종목을 오랜 기간 꾸준히 후원해온 기업들도 활짝 웃고 있다. 오랜 기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어왔던 든든한 후원이 결실의 계절을 맞게 된 것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임효준. 사진은 지난해 11월 ISU 쇼트트랙 4차 월드컵 출전 당시 모습이다. <뉴시스>

◇ KB금융, 김연아로 시작해 미래까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주인공은 남자 쇼트트랙 1,500m의 임효준이다. 1996년생인 그는 자신의 첫 올림픽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효준의 금메달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겪었던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자존심 회복이자, 평창동계올림픽 금메달 행진의 신호탄으로 의미가 크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2008년부터 10년째 KB금융의 후원을 받고 있다. KB금융은 ‘쇼트트랙 여제’ 심석희, 최민정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두 선수는 이유빈, 김예진과 함께 출전한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 예선에서 한 차례 넘어지고도 올림픽 신기록으로 1위를 차지하며 기염을 토했다. 또한 최민정은 여자 쇼트트랙 500m 예선에서도 올림픽 기록을 새로 썼다.

KB금융의 동계스포츠 사랑은 2006년 김연아와의 인연으로 시작됐다. 당시 KB국민은행이 김연아를 광고모델로 기용하며 상당한 효과를 본 것이다. 김연아에 대한 지원은 2008년 피겨 스케이팅 국가대표팀 후원으로 이어졌고, 이후 최다빈, 차준환 등 ‘제2의 김연아’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동계올림픽 스타들도 이미 KB금융의 오랜 지원을 받아왔다.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그리고 재밌는 경기방식으로 날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컬링 등이다.

KB금융은 컬링이란 종목 자체가 생소했던 2012년부터 컬링 국가대표팀을 후원해왔다. 컬링 국가대표팀은 지난 소치동계올림픽에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평창에서는 사상 첫 메달까지 노리고 있다.

혜성처럼 등장한 남자 스켈레톤의 윤성빈을 비롯해 봅슬레이 및 스켈레톤 국가대표팀은 2015년부터 후원해오고 있다. 윤성빈은 이번 올림픽 메달 기대주 중 하나다. 개회식에서 북한 황충금 선수와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했던 남자 봅슬레이 원윤종과 그의 파트너 서영우도 2016년부터 KB금융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들 역시 유력한 메달 후보다.

마지막으로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도 후원 중이다.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여자 국가대표팀이 남북단일팀으로 구성되면서 상당한 논란에 휩싸였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 현재는 논란이 상당부분 가라앉았고, 단일팀으로서 하나 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각각 아이스하키와 스키 마니아로 알려진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대한스키협회 회장).

◇ ‘애정’에서 출발한 회장님들의 통 큰 지원

아이스하키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라그룹이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이기도 한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아이스하키 마니아이자, 한국 아이스하키의 기둥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1994년 아이스하키팀을 창단했고, 이 팀은 국가대표팀의 산실이 됐다. 또한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을 위해 사비를 들여 선수들을 해외로 보내기도하는 등 차원이 다른 지원을 이어온 정몽원 회장이다.

정몽원 회장이 아이스하키라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스키다. 젊은 시절 아마추어 스키선수로도 활동한 바 있는 신동빈 회장은 현재 대한스키협회장을 맡고 있다. 2014년 그가 대한스키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롯데그룹은 스키에 대한 ‘통 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스키 국가대표팀에 대해 2020년까지 1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신동빈 회장이다.

신동빈 회장의 스키 사랑은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후원으로도 이어졌다. 공식파트너사로 나선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평창롱패딩 신드롬’을 일으키며 동계올림픽 분위기 확산에 기여했다. 10대 재벌 총수 중 유일하게 성화봉송에도 참여했던 신동빈 회장은 동계올림픽 기간 동안 평창에 머무르며 ‘스포츠 민간외교’에 주력할 방침이다.

포스코대우 임직원 200여명이 스켈레톤 국가대표팀에게 보낸 응원 손편지.

◇ 기업 후원의 최종 수혜자는 국민

LG전자 역시 동계스포츠의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2015년부터 스켈레톤 국가대표팀과 윤성빈을 후원해왔고, 2016년부터 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2017년부터 남자 피겨 스케이팅 차준환을 후원하고 있다.

CJ그룹도 2010년 스노보드 김호준을 시작으로 최재우, 스노보드 이상호, 윤성빈 등을 후원 중이다. 아울러 2013년부터 대한스키협회,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도 후원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KB금융과 더불어 금융권의 큰손이다. 스키점프, 스노보드,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등 6개 설상종목 국가대표팀을 후원하고 있고, 아쉽게 메달을 놓친 프리스타일스키 최재우도 지원 중이다.

하나금융은 루지 국가대표팀을 후원한다. 0.001초로 승부가 갈리는 루지 국가대표팀은 KT의 후원도 받고 있다. KT는 5G 기술력을 바탕으로 루지 국가대표팀의 체계적인 기록관리 및 경기력 향상을 돕고 있다.

SK텔레콤은 많은 금메달이 기대되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팀을 2014년부터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포스코대우의 봅슬레이 및 스켈레톤 후원도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다.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전인 2011년부터 후원이 시작됐다. 당시 봅슬레이 및 스켈레톤 국가대표팀은 썰매도 없어 빌려 타는 실정이었다. 특히 포스코대우는 임직원들이 직접 훈련장을 찾아 응원하고, 200여명이 손편지를 작성해 전달하는 등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축구, 야구 등 인기 스포츠에 비해 관심을 덜 받는 동계스포츠는 그만큼 환경도 열악하다. 일부 유명 스타선수들은 광고 등을 통해 큰 수익을 거두기도 하고, 많은 후원을 받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선수가 더 많다. 다른 직업과 병행하고, 생활이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여전히 대중적으로 낯선 종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선수들은 외로움도 상당하다.

이들이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은 여러 기업들의 후원이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하고, 메달을 목에 거는 순간 많은 국민들은 큰 감동과 희망을 얻게 된다. 기업들의 비인기 동계스포츠 후원이 더욱 의미 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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