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크 리옹은 2007-08시즌 이후 우승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요즘 프랑스 리그앙하면 많은 이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구단은 파리생제르맹이다.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최고의 선수들을 끌어 모았고,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네이마르와 킬리안 음바페를 영입해 그 방점을 찍었다. 명실공이 리그앙 최고의 구단이자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이었다면, 아마 다른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왔을 것이다. 바로 올림피크 리옹이다.

올림피크 리옹의 역사는 길다. 정확히는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다. 1986년 만들어진 럭비팀 ‘라싱 클럽’이 1899년 창설한 축구팀을 기원으로 한다. 다만, 축구 구단으로서 홀로 선 것은 1950년이다. 때문에 정확한 창단년도는 1950년이라 할 수 있다.

올림피크 리옹은 1960년대 잠시 명성을 떨친 이후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변화가 시작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새로 팀을 인수한 장-미셸 올라스 구단주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틀을 다졌고, 그 효과는 1990년대부터 서서히 드러났다. 1989-90시즌 1부리그 승격에 성공했으며, 1990년대 후반엔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2000년대는 올림피크 리옹의 황금기였다. 2001-02시즌을 시작으로 2007-08시즌까지 무려 7회 연속 리그앙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앙 역대 최고이자, 유럽 주요 리그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기록이다. 이 기간, 올림피크 리옹은 챔피언스리그에도 꾸준히 진출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구단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올림피크 리옹의 황금기는 어느덧 10년 전 이야기가 됐다. 2007-08시즌 이후로는 좀처럼 리그 우승에 다가서지 못하고 있다. 올림피크 리옹이 왕좌에서 내려오면서, 리그앙은 다시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보르도, 마르세유, 릴, 몽펠리에가 줄지어 우승을 차지했다.

리그앙에 다시 정복자가 등장한 것은 2012-13시즌이다. 막강한 자본력을 등에 업은 파리생제르맹이 4년 연속 리그앙 챔피언에 올랐다. 다만, 지난 시즌엔 AS모나코에게 우승을 빼앗기며 올림피크 리옹의 7연패를 넘어서진 못했다.

올림피크 리옹은 언제쯤 다시 황금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우선, 올 시즌은 아닐듯하다. 올림피크 리옹은 25경기를 치른 현재 14승 6무 5패로 승점 48점을 기록하고 있다. 선두 파리생제르맹(승점 65점)에 무려 17점 뒤진 상태다. 뿐만 아니라 AS모나코(승점 53점), 마르세유(승점 52점)에게도 밀려있다.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파리생제르맹이 최고의 선수를 꾸준히 수집하고 있는 반면, 올림피크 리옹은 셀링클럽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는 핵심 선수 3인방이었던 알렉산드르 라카제트, 코렌틴 톨리소, 마티유 발부에나는 물론, 주장을 맡았던 막심 고날론까지 떠나보냈다. 이들은 올림피크 리옹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선수들로서 의미가 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새로운 스타가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 시즌엔 새롭게 주장을 맡은 나빌 페키르와 레알 마드리드에서 영입한 마리아노 디아즈가 좋은 활약을 펼치며 떠나간 선수들의 공백을 최소화하고 있다. 1998년생 유망주 하우셈 아우아르의 등장도 올림피크 리옹 팬들을 설레게 한다.

올림피크 리옹은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기간에도 꾸준히 4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4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2013-14시즌 한 번 뿐이고, 준우승을 세 번이나 차지했다. 핵심선수가 떠나가도 이를 채울 수 있는 육성 및 스카우트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우승을 차지할 수 없다. 파리생제르맹 같은 상대가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올림피크 리옹은 다시금 리그앙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예전의 황금기를 재현할 수 있을까. 올림피크 리옹의 ‘그날’이 언제쯤 찾아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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