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홀딩스가 한솔제지 사외이사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범삼성가’ 한솔그룹의 지주사 한솔홀딩스가 내달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 3명을 새로 선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 중 한 명은 사실상 ‘신규선임’으로 보기 어렵다. 서울지검 부장검사 출신인 이승섭 사외이사 후보자와 한솔그룹의 끈끈한 관계에 이목이 집중된다.

한솔홀딩스는 오는 3월 29일로 예정된 정기주총 안건으로 사외이사 3명 신규선임안을 상정했다. 이 중 이승섭 사외이사 후보는 현재 한솔제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인물이다. 한솔제지 사외이사 임기는 오는 3월에 끝난다. 즉, 한솔제지 사외이사에서 한솔홀딩스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기게 되는 셈이다. 온전한 신규선임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승섭 사외이사는 2014년 처음 한솔제지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2015년 1월, 한솔제지는 지주회사인 한솔홀딩스와 사업회사인 한솔제지로 분할됐다. 이 과정에서 이승섭 사외이사는 분할신설회사인 한솔제지로 옮겨갔다.

즉, 이승섭 사외이사가 이번에 한솔홀딩스로 자리를 옮길 경우 처음 선임됐던 회사로 돌아가는 것이 된다. 한솔홀딩스가 분할 당시 존속회사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리를 옮기면서까지 한솔그룹에 남는 사외이사는 이승섭 사외이사가 유일하다.

이승섭 사외이사를 처음 선임한 2014년, 당시 한솔제지는 대규모 담합 혐의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와 송사를 치르고 있었다. 공정위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판매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한솔제지에 356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함께 담합을 저지른 깨끗한나라, 세하, 한창제지, 신풍제지 등도 과징금을 부과 받았으며, 총 과징금은 1,000억원을 넘겼다. 한솔제지는 앞장서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공정위에 맞섰다.

이에 업계에서는 법적 대응력 강화를 위한 사외이사 선임이라는 시각에 무게가 실렸다. 이승섭 사외이사는 서울지검 첨단범죄수사부 부장검사를 지낸 인물이자, 검찰을 떠난 뒤에는 유력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공정거래 등에 대한 형사 자문 및 소송을 담당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한솔제지는 공정위의 과징금 철퇴를 피하지 못했다. 2016년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한솔제지와 관계자들의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이승섭 사외이사에 대한 한솔그룹의 신망은 여전히 두터운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가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옮겨가는 경우는 결코 흔하지 않다. 특히 지주회사 사외이사로 옮겨간다는 것은 그만큼 인정을 받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특히 한솔그룹은 공정위와 맞설 사안이 여전히 상당하다. 담합이 꾸준히 드러나고 있고, 현 정권 들어 화두로 떠오른 내부거래 문제도 안고 있다. 여러모로 ‘법적 전문가’의 존재가 필요한 상황이다.

문제는 사외이사의 핵심요건인 독립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는 점이다. 오너일가나 경영진에 대한 견제 및 감시는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역할이다. 그런데 사외이사가 그룹 지주회사로 이동한다는 점은 오너일가 및 경영진과의 교감을 의심하게 한다. 한솔홀딩스는 조동길 회장이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20.40%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다.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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