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젠 소액주주들이 경영진 교체를 시도한다.<레이젠>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디스플레이 부품업체 레이젠의 소액주주들이 경영진 교체를 시도한다. 현 경영진의 전횡으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서다. 레이젠 측은 이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 불어난 적자폭, 주주들 ‘적자가 문제는 아니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레이젠은 오는 13일 서울 동대문구 경남관광호텔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이달 29일 예정된 정기주총보다 앞선 것으로, 주주제안에 따라 열린다.

안건은 기존 경영진인 정준기 대표이사 외 6명의 해임과 총 9명의 신규이사 선임 등이 골자다. 주주들이 모여 회사 경영진의 교체를 요구하는 셈이다.

표면상 주주들의 반발은 실적악화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경영진이 들어선 2016년 레이젠의 당기순손실액은 전년(23억원) 대비 666% 늘어난 17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15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손실 자체가 아니라 경영진들의 행태가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백준석 주주연대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적자 중 150~160억원은 투자손실”이라며 “기술이나 설비투자로 적자가 날 순 있지만, 투자로 적자를 기록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가 우선 예로 든 건 ‘CB(전환사채) 발행’이다. 레이젠은 지난해 4월 20일 CB발행을 통해 80억원을 마련했다. 같은 날 80억원을 에스티투자조합에 주고, 에스티주자조합 지분 66.7%를 얻었다. 에스티투자조합의 자본금은 4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투자과정이다. 레이젠의 투자를 받은 날 에스티투자조합은 자본금 전액을 KJ프리텍의 주식 200만주 매입에 사용했다. 방식은 장외거래로, 주당 매입가는 6,000원이다. 같은 날 KJ프리텍의 주가가 3,830원에 마감한 점을 고려하면, 고가에 매입한 셈이다.

백 대표는 “KJ프리텍의 투자 목적엔 경영목적 없음으로 돼 있다”며 “경영 프리미엄도 없는데 고가에 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엔 (KJ프리텍은) 한 주당 1,500원 정도 한다. 10개월 만에 90억원이 날아갔다”고 말했다.

◇ 레이젠, 석연치 않은 CB발행 과정

또 CB발행 자체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해 4월 레이젠이 발행한 CB의 표면·만기 이자율은 7%에 달하며, 발행대상자는 SDX다. 풀어서 말하면 레이젠이 SDX에 7% 이자를 약속하면서 80억원을 빌렸고, 이 80억원을 KJ프리텍 주식 매입에 사용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SDX이 레이젠에 빌려준 80억원은 공평·세종 저축은행들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이다. 현재 레이젠(에스티투자조합)이 매입한 KJ프리텍의 주식 전량은 SDX가 저축은행들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의 담보로 책정돼 있다. SDX가 레이젠에 빌려주기 위해 대출받은 자금에 레이젠이 이자를 지급하면서 담보까지 제공한 셈이다.

백 대표는 “SDX는 레이젠의 최대주주인 픽솔1호투자조합에서 최대주주”라며 “SDX의 최대주주는 레이젠의 대표이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쪽(KJ프리텍)의 경영진을 자기네들 사람들로 다 바꿨다”며 “(레이젠) 회사를 위해 투자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레이젠에서 발생했던 3번의 파산신청도 문제로 지목됐다. 백 대표는 “최대주주 혹은 실소유주인 이 모 회장의 채권에 대해 레이젠이 보증을 섰다”며 “그것 때문에 파산신청이 세 번 들어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회사의 모든 부동산, 통장 6개, 그리고 안성공장의 유채동산에 가압류가 들어왔다”며 “회사와 상관없는 요인으로 문제가 생기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본지는 이와 관련, 레이젠 측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지만, 레이젠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말씀드릴 게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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