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월 열린 '호반건설' 여자바둑리그 출전 조인서에 참가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기원>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흔히 ‘인생의 축소판’에 비유되는 동양의 대표적 유산인 바둑. 자신의 ‘집’을 지키려는 흑과 백의 치열한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바둑의 세계에도 기업의 손길이 닿고 있어 재계 이목이 쏠린다. 특히 대중 스포츠에서 쉽게 접하기 힘든 중견건설사들이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며 ‘제2의 이세돌’을 발굴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 국내 유일무이 건설 바둑팀… ‘경기 호반건설’

높은 집중력과 치열한 두뇌 싸움으로 승패가 갈리는 바둑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건설사는 호반건설이다. 호반건설은 현재 국내 건설사를 통틀어 프로 바둑팀을 운영하고 있는 유일한 건설사다. 과거 다수의 건설사들이 프로 기사들의 후원에 앞장서 왔지만, 2018년인 지금 호반건설만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팀명은 ‘경기 호반건설’. 올해로 창단 3년째를 맞는 이 팀은 최연소 사령탑으로 알려진 이다혜 감독을 필두로 김혜민(1주전), 김은선(2주전), 문도원(3주전) 기사가 포진해 있다. 두 번째 참가한 지난해 여자바둑리그에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종합순위 4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지만, 올해엔 앞서 치러진 2경기에서 모두 패배하며 다소 불안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호반건설은 프로골프단을 운영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바둑과는 달리 KPGA, KLPGA 남녀 선수 모두를 후원하고 있다.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지난해 제13대 KLPGA 협회장으로 추대될 정도로 골프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둑팀 운영의 경우 CEO의 개인적 관심사나 홍보 효과를 노린 마케팅 보다, 사회공헌의 성격에 가까울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비록 팀 운영은 아니지만 타이틀 스폰서 역할을 하는 건설사도 있다. 기사 개개인을 직접 후원하기 보다는 대회 운영에 필요한 경비 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둑 발전에 기여하는 건설사는 ‘SG신성건설’이 대표적이다. 프로와 아마추어가 한 팀을 이루는 독특한 방식인 ‘프로암 바둑리그’ 첫 대회가 SG신성건설의 이름으로 개최됐다. 지난 2월 종료된 이 대회 초대우승의 영광은 서울 KIBA에게 돌아갔다.

◇ SG신성‧디벨로퍼 엠디엠… 타이틀 스폰서 역할 톡톡

브랜드 ‘미소지움’으로 알려진 SG신성건설이 한국기원의 후원사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악화된 경영난 탓에 2008년 11월 법정관리에 돌입해 2013년 새 주인인 유암코를 만나고 나서야 회생 절차를 졸업할 수 있었다. 이로부터 1년 뒤 의류 브랜드 ‘바쏘’, ‘ab.f.z’로 유명한 SG세계물산이 소속된 SG그룹과 한 식구가 되면서 본격적인 경영정상화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2,689억원의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바둑리그 후원은 신성건설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다.

문주현 회장이 이끄는 부동산 디벨로퍼 엠디엠도 빼놓을 수 없다. 호반건설 등 9개 팀이 참가 중인 한국여자바둑리그를 첫 대회인 2015년부터 후원해 오고 있다. 엠디엠 관계자는 “평소 바둑에 관심이 많은 회장님께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여자 바둑이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던 걸로 안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또 2013년부터 2년간 서울시 탁구협회장으로 재임할 정도로 탁구에도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대방노블랜드’의 대방건설과 ‘월드메르디앙’으로 익숙한 월드건설, 울산의 향토건설사인 (주)신한 등이 프로 바둑팀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