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2월 26일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개성공단 방북신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통일부는 그러나 이달 15일 유보방침을 내렸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들의 방북신청이 또 다시 무산됐다. 입주기업들은 박근혜 정부에서 3차례, 이번을 포함해 현 정부에서 2차례 방북 신청을 했으나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깊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통일부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비핵화 여건 조성’이란 전제를 내세웠다. 비대위는 그러나 현 정부의 ‘비핵화 전제’ 언급에 대해 전 정부의 ‘비핵화 논리’와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 통일부, 방북신청 유보... 기대만큼 큰 좌절

지난달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방북신청에 대해 통일부가 유보결정을 내렸다. 통일부는 “방북을 하려면 북측이 초청장을 보내는 등의 절차가 필요한데 (북측이) 응답이 없다”면서도 “비핵화가 전제돼야 경제협력이든 개성공단이든 논의될 수 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비대위는 지난 2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장과 설비들이 방치된 지 2년이 넘었다. 지금이라도 시설 점검과 보존대책을 세워야 한다”면서 “4차례나 방북이 성사되지 못했지만 이번은 희망을 갖고 조심스럽게 방북신청을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때보다 큰 기대를 갖는 이유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서해 군통신선과 경의선 육로, 바닷길이 열렸기 때문”이라며 “기업인들이 재산을 확인하고 설비 노후화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양당국은 모든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간절히 바란다”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당초 방북 날짜를 이달 12일로 잡고, 총 200여개 기업이 방북하겠다는 내용의 신청서를 통일부에 제출했다. 방북 대상은 투자기업 123곳, 영업기업 80여곳 등이다. 이는 40여명이 신청했던 지난해 10월보다 훨씬 큰 규모다. 당시 북한이 개성공단을 무단 가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비대위는 현 정부 들어 처음으로 방북신청을 했다. 하지만 북한의 불허로 무산되면서 기업인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그때만 해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남북관계가 평창올림픽 개최와 함께 대화국면으로 접어들자 비대위는 다시 방북신청을 했다. 아울러 정부의 원활한 지원을 위해 올림픽이 열리기 전인 지난 1월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미리 발표했다. 지난주만 해도 남북정상회담 합의가 나올 만큼 희망적인 분위기였기 때문에 기업인들의 실망이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텅 빈 개성공단 모습. <뉴시스>

◇ 비대위 “기다릴 수밖에... 朴 정부 기조와는 다를 것”

그러나 결국 방북이 무산되자 비대위는 짧은 입장문을 통해 유감을 표시했다. 비대위는 “정부 발표에 유감을 표한다. 다만 이번 발표가 ‘결정유보’라는 것에 주목한다”면서 “향후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오는 4월 말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이 의제로 다뤄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아울러 북측에도 기업인들의 방북을 전향적으로 검토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김서진 개성공단기업협회 상무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통일부가 정말로 북측에 기업인들의 방북 신청에 대해 전달했는지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다. 북측이 언론을 통해서라도 확인할 수 있도록 언급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인들이나 협회는 아무것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통보 받은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않는가”라고 되물었다.

통일부가 ‘선비핵화 여건’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개성공단 중단 사태는 별개의 사건이었던 만큼 따로 다룰 의제라는 게 기업인들의 입장이긴 하다”면서도 “문구만 보면 박근혜 정부 기조와 같아 보이지만,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조심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작년만 해도 남북 간 접촉 창구가 없었지만 지금은 창구도 열리고 분위기도 좋아서 기대를 많이 했었다”면서 “당장 재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남북관계라는 것이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들이 있으면 언제든 재신청 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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