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2층에서 남북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최근 자신을 “미사리에서 조용필 흉내내는 모창 가수”라고 평가했다. 모창가수에 불과한데 세종문화회관 세워놓고 노래를 시키는 격이니 얼마나 심장이 뛰겠느냐고도 했다. 이른바 ‘백브리핑’ 자리에서 취재진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 사용했던 비유가 주요 언론사 1면 기사로 오른 것에 대한 일종의 부담감의 토로였다.

발단이 된 비유는 ‘고르디우스 매듭’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의 의제가 비핵화 등 가장 어려운 난제를 먼저 협상하는 이른바 ‘탑-다운’ 방식을 설명하다가 나온 말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취하고 있는 대북협상 기조를 이해하기 쉽고 적절하게 비유한 단어였고, 따라서 상당수 언론의 기사 제목으로 전용됐다.

문제는 발언의 배경인 남북관계가 매우 민감하고 예민한 사안이라는 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살얼음판 걷듯이 조심스런운 상황”이라고 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발언이 청와대의 공식입장으로 기사화되는 것이 김 대변인 입장으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협상과정에 혹여나 악영향을 미칠까 노파심에서다. 김정은 위원장과 정의용 실장의 만남 후일담을 전하는 기사에 “땅딸보”라는 말이 제목에 달리자 “유감”을 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청와대 대변인의 자리는 어느 누가 오더라도 쉽지 않은 자리임은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청와대의 공식입장을 발표하는 ‘입’으로 여겨지지만, 동시에 기자들을 대신해 대통령과 청와대 관련 사안을 취재해 전달하는 임무도 있다. 대변인이 전달한 내용은 일부 편집을 거쳐 청와대발 기사로 작성된다. 먼저 이 과정을 겪은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역사를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취재내용을 수첩에 기록했는데 손가락뼈가 다 아플 정도”라고 했었다.

언론인 출신 김 대변인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취임사에서도 이를 감안한 듯 “여러분의 말진으로서, 2진으로서 열심히 취재하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김 대변인이 취임하자마자 김여정 등 북한 고위급 인사들의 방한이라는 일대 사건이 터졌다. 전국민이 청와대만을 바라보며 기대하던 시기, 김 대변인은 적응기간도 없이 고군분투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들의 개별 ‘팩트체크’에 일일이 답해주는 것도 일이다. 박수현 전 대변인 시절에는 새벽 5시부터 첫 회의가 열리는 아침 7시까지 전화를 통해 조간신문에 보도된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 대변인은 이를 바꿔 아침 6시 30분 1차 브리핑을 연다. 전화대응 방식보다 더 원활한 소통방식이라는 판단에서다.

덕분에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출근시간이 당겨졌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근무시간을 줄이자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농담 섞인 지적을 했다. 또 다른 기자에 따르면 “너무 무리한 게 아니냐”며 불만을 표출했더니 김 대변인이 “일단 조금이라도 해보고 결정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청와대의 입으로서, 역사를 기록하는 사가로서, 그리고 후배 언론인들의 롤모델로서 멋진 이정표를 세워주길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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