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민건강수호 비대위 제1차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참가자들이 문재인케어를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지난 18일 서울 도심에서 ‘문재인 케어’를 두고 대규모 맞불 집회가 열리면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8월 발표된 문재인 케어는 환자들의 병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63% 수준에 그친다. 문재인 케어는 이를 70%까지 올리고, 비급여 항목들을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에 포함시키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의료인들은 문재인 케어가 발표된 이래 지금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적자 경영을 낳을 수밖에 없는 저수가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게 의료인들의 입장이다. 저수가 상황에서 비급여 항목들이 건강보험에 적용될 경우 미용분야에만 의료진들이 몰릴 것이란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사회복지 단체 및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 등은 “의사들이 반대만을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협상대상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의사협회, 지난해 이어 대규모 집회... 왜?

당초 의사협회와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논의하기 위한 실무협의체를 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의사협회 비대위가 총사퇴를 하고 지난 6일부터 협상 테이블이 멈춘 상황이다. 그러다가 이달 13일 정부가 상복부 초음파에 대해 올해 4월부터 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히자, 의사협회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필수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해 나간다면 보건의료체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면서 “문재인 케어는 대국민 사기극이고, 국민 건강을 위협할 포퓰리즘적 정책이다. 수가체계 정상화와 건강보험정책 심의구조 개편부터 실행하라”고 촉구했다.

실제로 낮은 의료수가는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왔다. 의료수가는 환자와 건보공단이 의료행위에 대해 의료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현재 의료수가는 치료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의 원가를 보전해주지 못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의료수가가 원가의 70%가량으로 추산하고 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수치상 차이는 있지만 90%도 안 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때문에 의료기관은 여기서 오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비급여 항목을 늘려왔다. 비급여는 병원에서 가격을 매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향후 비급여 항목이 줄어들게 되면 병의원 경영에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 의료인들의 주장이다.

이를 우려해 정부에서도 문재인 케어를 발표하면서 ‘적정한 수가’에 대한 조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복지부는 이를 두고 의료수가 인상을 위한 기회라며 의료인 달래기에 나섰으나 아직까지 협상을 매듭짓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 단체 및 건보공단 노조 등은 의료인 단체가 이번주 의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 건보공단노조·시민단체 “의료인들, 대안 없이 반대만”

전국 의사들이 문재인 케어 반대 집회가 열린 날 반대편에서는 맞불집회가 열렸다. 이날 국민건강보험 노동조합과 공단에서 운영하는 일산병원 노동조합은 “의료계는 낮은 수가를 주장하며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압박하고, 비급여 항목으로 이윤을 극대화해왔다”면서 “비급여의 급여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국민들은 값비싼 병원비와 민간보험료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수가 주장은 결국 수익에 대한 이야기다. 일반 직장인들의 평균 4배 이상의 월 소득을 얻으면서 적정 수가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면서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위해서라도 제도가 시행되도록 길을 열어주고 의료계가 원하는 바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발표한 문재인 케어 역시 높은 본인부담율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만단체는 정부 또한 재정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뉴시스>

의료인 단체가 문재인 케어의 본질을 호도하며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형준 무상의료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비급여 진료를 안하는 곳이 없기 때문에, 낮은 수가 얘기가 의미가 없다”면서 “병원은 적자가 날 수 있다. 그러면 적자를 어떻게 메울 것인가를 얘기하면 된다. 정부의 자금이라든지 사업, 후원 등 공적자금으로 적자를 메워야지 수가로 메우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케어가 현실가능성 없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너무 현실가능한 범위라서 실제 환자들이 체감할지 모르겠다”면서 “현재 63.5%의 보험 보장률을 70%로 올리겠다고 하는데 80%는 돼야 OECD 평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정형준 위원장은 “이번주에 의사협회선거도 있고, 4월에 수가협상도 있다 보니 무리하게 정치적인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내용은 없고, 그저 강경발언만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전문가 단체에서 보여줄 모습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케어 또한 공적 자금 투입에 있어서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남희(변호사)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비급여의 급여화를 추진하면서 중간단계로 선별급여라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보장률이 10~20% 밖에 안 된다”면서 “병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이라고 보기엔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정부 또한 재정 책임을 지고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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