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G20 중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브라질의 주식시장.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코스피지만 결국 올해 성적표는 현재까진 ‘양호함’이다. 한편 세계 상위권의 경제규모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20개 국가들 중에선 최근 3개월 반 사이 주가가 크게 오른 나라도, 반대로 떨어진 나라도 있었다.

한국거래소는 19일 ‘G20 국가 대표지수 등락률 현황’ 자료를 발표했다. 신흥국, 특히 원자재 수출국들이 좋은 성적을 거둔 반면 유럽 국가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 다시 세운 자원부국의 위용

18년 3월 15일을 기준으로 17년 말보다 주가지수가 가장 많이 오른 나라는 다름 아닌 브라질이었다. 대표지수 ‘BOVESPA’의 15일 종가는 8만4,928로 전년 말 대비 11.2% 높았다. 2위는 8.8% 오른 아르헨티나의 Merval 지수였으며 러시아(RTSI)가 8.0%, 사우디아라비아(TASI)가 7.2%로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이들 4개국은 모두 세계에서 손꼽히는 자원수출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주요국의 경기 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이들 원자재의 국제가격이 오른 것이 주가상승의 중요 원인이다.

경제통계사이트 OEC에 따르면 브라질은 전체 수출액의 15%를 원유와 철광석·구리광석 등의 광물질로 구성하고 있다. 12월 말 73.77달러였던 국제 철광석 가격은 3월 2일 79.13달러로 상승했으며, 톤당 구리 가격 또한 작년 4분기 6,808.37달러에서 6,940달러로 오른 상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는 2020년엔 구리 가격이 7,657달러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중이다.

아르헨티나 역시 금과 알루미늄 등의 금속류를 수출하는 국가지만, 그보단 농산물과 가공식품, 육류제품 등 식료품의 비중이 훨씬 크다.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17년 12월 169.1에서 18년 2월 170.8로 소폭 올랐다. 특히 곡류의 가격지수(160.8)가 작년 말(152.4)에 비해 크게 상승했는데 옥수수와 콩·콩기름·밀 등 곡식제품들은 아르헨티나의 주요 수출품목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에 각각 총 수출액의 69%와 48%를 의존하고 있다. 비록 2018년의 시작과 함께 힘차게 치솟았던 두바이유 가격이 2월 중순부터 한풀 가라앉긴 했지만, 배럴당 60달러를 상회하는 현재 기름가격은 지난 2년여 간 저유가 시대를 보냈던 산유국들에겐 가뭄의 단비다. 무엇보다 제조업의 전 분야에서 석유를 위시한 화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국제무역이 활성화되고 생산량이 늘어나는 현재 시황이 반갑지 않을 수 없다.

◇ ‘증시 쇼크’에도 상승세 기록한 한·미

한국 증시는 지난 2월 두 번의 폭락을 경험했다. 코스피는 지난 2월 2일부터 9일까지 6거래일동안 총 166p가 떨어졌을 정도로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의 이번 조사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년 말 대비 주가가 1.0%p 상승해 G20 국가 중 전체 7위의 호성적을 거뒀다. 지난 1월 말 역대 최고기록(2,598.19, 종가 기준)을 썼을 정도로 뚜렷했던 상승세의 여운 덕분이다.

주가폭락의 근원지였던 미국 역시 전반적인 주가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다우존스30 지수의 15일 종가는 2만4,873으로 작년 말보다 0.6% 높다. CNN의 ‘공포와 탐욕 지수’가 한 달째 ‘공포’와 ‘극심한 공포’ 사이를 오가는 와중에 이뤄낸 성과다.

다우존스의 ‘기댈 언덕’은 역시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다. IMF는 최근 발표한 국가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2018년 경제성장률을 2.7%, 내년엔 2.5%로 상향조정했다. 정치권 내부의 잡음, 혹은 관세를 두고 해외 주요국들과 갈등을 빚고 있더라도 경제성장에 대한 근본적 기대감만은 여전하다는 뜻이다.

◇ 불확실성 커진 유럽, 주가회복력 약화돼

반면 유럽 증시는 대부분 고개를 숙였다. 단순히 순위만 낮은 것이 아니라 하락률도 컸다. 런던 증권거래소를 대표하는 영국의 FTSE100 지수가 7.1% 하락해 G20 국가들 중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으며 독일 ‘DAX30’가 4.4%, 범 유럽연합지수 ‘EURO STOXX50’도 2.6% 하락했다. 미국과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이 2월 주가충격을 비교적 빨리 떨쳐낸 반면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중이다.

점차 심화되고 있는 주요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망설임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뽑힌다. 영국에서는 테레사 메이 총리와 보수당이 안팎으로 흔들리는 중이며 독일 또한 메르켈의 입지가 예전만큼 확고하지 않다.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브렉시트 협상은 올해 하반기에 가장 중요한 정치·경제 이슈가 될 전망이다. 협상 최종기한이 2019년 3월이니 1년도 채 남지 않은 셈이지만 영국과 유럽연합은 여전히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이렇다 할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포기하는 ‘하드 브렉시트’의 가능성과 금융회사들이 런던을 떠나 유럽대륙으로 이주하는 ‘엑소더스 시나리오’ 등은 영국 주식시장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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