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이 베일을 벗었다. ‘7년의 밤’ 포스터.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가장 영화화가 기대되는 한국 소설’ 1위로 꼽힌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 이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7년의 밤’(감독 추창민)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관객들의 높은 기대치는 ‘득’이 될까, ‘독’이 될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우발적 사고, 잘못된 선택… “그날 밤, 나는 살인자가 됐다.”

인적이 드문 세령마을의 댐 관리팀장으로 부임을 앞둔 최현수(류승룡 분). 가족이 지낼 사택을 보러 가는 날, 안개가 짙게 깔린 세령마을 입구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중 갑자기 뛰어나온 여자아이를 쳐 교통사고를 낸다. 너무 놀란 최현수는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호수에 아이를 유기한다.

죽어버린 딸, 시작된 복수… “어떤 놈이 그랬는지 찾아서 똑같이 갚아줘야지.”

아이의 실종으로 마을은 발칵 뒤집혀 수색 작업이 시작되고, 결국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딸을 보자 광기 어린 분노에 사로잡힌, 마을 대지주이자 아이의 아버지 오영제(장동건 분).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라고 판단한 그는 직접 범인을 찾기 위해 증거를 모으기 시작하는데…. 되돌릴 수 없는 선택. 7년 전 그날 밤, 모든 것이 시작됐다.

‘7년의 밤’ 상상 속 세령마을이 스크린을 통해 완벽히 구현됐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완벽한 미장센과 배우들의 압도적인 연기력 ‘UP’

123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을 끌어가는 힘은 완벽한 미장센과 배우들의 흠잡을 곳 없는 연기력이다.

‘7년의 밤’ 속 모든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인 세령마을. 원작 소설 속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세령마을이 스크린을 통해 완벽히 구현돼 시선을 사로잡는다. 오영제의 대저택, 짙은 안개가 깔린 숲, 수몰된 마을을 품고 있는 비밀스러운 호수, 거대한 스케일의 댐 등 섬세하고 강렬한 미장센을 자랑한다. 음산하고 미스터리한 마을의 분위기는 스릴러 영화의 맛을 살리고 웅장한 댐의 모습과 물이 펼쳐나가는 압도적인 장면은 감탄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먼저 파격 변신을 시도한 장동건은 소름을 돋게 할 정도로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여줬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반드시 손에 넣고야 마는 섬뜩한 내면을 지닌 오영제로 분한 그는 끔찍하고 광기어린 복수를 계획하는 캐릭터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7년의 밤’ 장동건이 데뷔 첫 악역 연기를 선보였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외모 변신도 흥미롭다. 기존에 갖고 있던 ‘잘생긴 이미지’를 탈피하고 악역의 느낌을 더하기 위해 장동건은 머리를 밀고 나이가 들어 보이도록 분장을 하는 등 극단적인 비주얼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그는 매일 면도칼로 머리를 밀며 깊은 M자 탈모 머리를 만들어내는 열정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노력 덕이었을까. 장동건은 존재만으로도 섬뜩한 느낌을 주며 첫 악역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류승룡의 활약도 못지않다. ‘7번방의 선물’(2013), ‘염력’(2018) 등에서 코믹하면서도 따듯한 감동을 안기는 부성애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이번 영화에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깊고 복잡한 부성애 연기를 펼쳤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죄책감과 과거의 상처로 인한 트라우마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또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 어긋난 부성애 등 최현수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한 연기로 표현해냈다.

‘7년의 밤’ 송새벽과 고경표가 제 몫, 그 이상을 해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송새벽과 고경표도 제 몫, 그 이상을 해냈다. 송새벽은 사건을 모두 목격한 인물이자 최현수의 아들인 서원을 묵묵히 지켜주는 안승환 역을 맡았다. 그는 절제되면서도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고경표는 하루아침에 살인자의 아들이 돼 삶이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최현수의 아들 서원 역을 맡아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줬다. 그의 열연은 짧은 분량이 아쉬울 만큼 깊은 여운을 남겼다.

▼ 스릴러 재미 반감시킨 드라마 ‘DOWN’

“원작은 스릴러가 강했고 오영제가 단순 사이코패스에 가까운 살인마로 표현됐었는데 저는 오영제라는 인물이 설득될 수 있는 게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른 사연이 필요했고 그런 부분이 원작과의 큰 차별이 아닌가 생각한다. ‘악에도 근본적인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악을 단순히 악으로 푼 것이 아니고 어떤 이유를 들어서 악을 표현하고 싶었다.” (‘7년의 밤’ 추창민 감독)

‘7년의 밤’ 연출을 맡은 추창민 감독은 원작 소설과의 차별화를 두기 위해 드라마를 강조했다. 그 하나의 장치로 악인 오영제에게 어떠한 사연을 부여함으로써 그의 악에 ‘이유’를 만들어줬다. 그러나 감독의 이러한 시도는 이도 저도 아닌 결과로 이어졌다. 스릴러는 반감됐고 공감도 주지 못했다. 감독이 만들어낸 오영제의 사연은 그가 행한 악행을 관객들에게 납득시키기에는 매우 부족했고 불편함만 남겼다.

‘7년의 밤’에서 어긋난 부성애를 연기한 류승룡.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최현수의 죄를 부성애로 포장한 것도 다소 억지스럽다. 또 그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를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그를 향한 약간의 동정심을 유발하고자 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감독이 그려낸 부성애는 감동도, 공감도 주지 못했다.

원작에 비해 서원의 비중이 줄어든 것도 아쉬움이 남는다. 서원의 시선으로 시작되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최현수와 오영제의 시선을 따라가며 ‘악’에 집중한다. 사건의 피해자인 서원의 외로운 삶과 복잡한 심리는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관객들을 설득하는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또 복수를 위해 7년을 기다린 오영제의 마지막 모습과 급 마무리된 듯한 결말은 허무함을 주기도 한다.

‘7년의 밤’ 장동건과 류승룡이 숨 막히는 연기 대결을 펼쳤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총평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가장 영화화가 기대되는 한국소설 1위’라는 타이틀이 ‘득’이 되진 못할 것 같다. 원작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선택한 드라마적 요소는 설득력을 떨어뜨렸고 스릴러의 재미를 반감시켰다. 뒤틀린 부성애도 공감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세령마을이 스크린을 통해 완벽히 구현됐고 배우들의 열연도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다. 특히 장동건과 류승룡의 숨 막히는 연기 대결은 영화의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그리고 M자 탈모를 한 ‘악당’ 장동건을 언제 또 만나볼 수 있겠는가. 오는 2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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