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의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지고 있다. 판매량은 지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송과 규제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스마트폰 시장이 어수선하다. 포화상태로 접어들며 주춤하고 있는 시장 상황과는 달리 제조사간의 불화가 심화되고 있으며 미국 정부의 스마트폰 규제 수위는 강화되고 있다. 법정 공방까지 계속되고 정부 간의 대립도 이어지고 있다. 수싸움이 더욱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 조사기관들, 스마트폰 시장 부정적 분석 

스마트폰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글로벌 상위 제조사들도 연간 판매량을 늘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유일하게 판매량 상승 곡선을 그리던 중국 시장조차 지난해부터 최근 1분기까지 판매량이 연이어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 모두 스마트폰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매우 이례적인 결과다. 2004년 가트너의 시장 분석 이후 처음 하락세를 기록해서다.

심지어 이 같은 분위기에서 한동안 예외로 분류돼왔던 중국시장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캐널리스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2016년보다 4% 줄어든 4억5,900만대에 그쳤다. 지난 1분기 실적은 더 심각하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중국정보통신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시장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1% 감소한 8,137만대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교체 주기’를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웠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스마트폰으로 교체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스마트폰 시장의 침체기가 5G의 상용화 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전자, 애플 등의 점유율 상위 제조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 투자은행 UBS는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중국시장에서 애플이 판매량을 늘리기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실제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중국 아이클라우드 계정을 중국 국영 서버로 이전하는 등의 결정을 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UBS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시장도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며 “애플이 아이폰 점유율을 확대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 소송·규제 연달아 발생… 얽히고 설킨 제조사들

현재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미국, 중국 등에서 소송을 이어가고 있으며, 미국 정부는 중국 제조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정부 간의 대립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스마트폰 시장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이쪽에서 소송을 제기하면 저쪽에서는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이다. 자사 혹은 자국의 실리를 챙기기 위한 모양새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화웨이, 미국 정부와 중국 제조사, 미국 정부와 중국 정부 등이 규제와 소송으로 얽힌 상태다.

화웨이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중국 법원에 제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중급인민법원은 지난 1월 중국 내 삼성전자의 LTE 표준 스마트폰 제조와 판매를 금지한다고 판결했다. 중국이 자국 기업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미국 법원이 중국 법원의 판결에 반대했다는 점이다. 지난 13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은 미국에서 양사의 계약 위반 소송에 대한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중국의 판결은 효력이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번엔 미국 정부가 중국 제조사를 향해 규제를 강화했다. 지난 16일 미국 상무부는 중국 기업 ZTE가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도록 명령했다. 기간은 향후 7년이다. ZTE가 북한·이란 등에 대한 수출 금지령을 위반, 거래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ZTE는 자사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탑재에 대한 논의를 위해 구글을 만났으나 17일까지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미국의 결정을 비판하면서 정부 간의 대립도 격화되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ZTE 제재는 전형적인 일방주의”라며 “경제패권 행위”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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