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세리에A 첫 승점을 따낸 뒤 기뻐하고 있는 베네벤토 선수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올 시즌 처음으로 이탈리아 세리에A 무대를 밟았던 베네벤토 칼초의 잔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베네벤토는 한국시간으로 19일 새벽 열린 아탈란타와의 홈경기에서 0대3으로 완패하며 시즌 27번째 패배를 당했다. 이로써 33경기를 치른 가운데, 승점이 14점에 머물게 됐다. 남은 경기는 5경기. 5전 전승을 기록한다 해도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승점은 29점이다. 현재 17위인 스팔 2013이 기록하고 있는 승점이다. 하지만 스팔은 베네벤토보다 골득실이 28점 앞서고 있다. 베네벤토가 스팔을 제칠 가능성은 이제 무척이나 희박하다.

이로써 베네벤토는 다음 시즌 세리에B(2부리그)로 돌아갈 전망이다. 하지만 베네벤토가 남긴 짧지만 강렬한 추억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베네벤토는 1929년 창단했으나, 이후 재창단을 거듭하는 등 자리를 잡지 못했다. 역사의 대부분을 1~2부리그가 아닌 하위리그에서 보냈다. 그러던 베네벤토가 1부리그인 세리에A에 진출한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였다.

우선, 베네벤토는 2015-16시즌 3부리그 레가프로 C그룹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87년 만에 세리에B 승격을 이뤘다. 당시 베네벤토는 18경기 무패행진을 달리는 등 압도적인 기세로 세리에B 무대를 밟았다.

이들의 기세는 세리에B에서도 계속됐다. 오랜만에 승격한 팀답지 않게 최종순위 5위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덕분에 베네벤토는 절호의 기회를 마주하게 됐고, 기적처럼 그 기회를 잡아냈다.

세리에B는 다소 독특한 승격 공식을 갖고 있다. 1·2위에겐 세리에A 승격티켓이 곧장 주어지지만, 나머지 한 장은 플레이오프를 치러 주인을 결정한다. 여기까진 대부분의 리그와 비슷하지만, 플레이오프 참가팀이 다르다. 3위와의 승점 차이가 14점 이상 나지 않는 팀 모두 플레이오프에 참여하게 된다.

5위 베네벤토는 3위와의 승점 차가 14점 안쪽이었고, 승격 첫 시즌부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극적인 승부를 이어가며 마지막 티켓을 거머쥐는데 성공했다. 87년 만의 세리에B 승격에 이어 사상 최초로 세리에A 승격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세리에A의 벽은 높았다. 더욱이 초고속성장으로 세리에A에 도달한 베네벤토는 성장통을 앓을 수밖에 없었다. 개막 후 14전 전패를 당했고, 이는 유럽 5대리그 역사상 새로운 불명예기록이었다.

그래도 베네벤토는 포기하지 않았다. 홈팬들은 작은 구장을 가득 채우며 선수들을 응원했고, 또 하나의 드라마를 연출하며 역사적인 세리에A 첫 승점을 따냈다. 14전 전패 이후 AC밀란을 만난 베네벤토는 0대1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한 골키퍼가 득점에 성공하며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1929년 이후 처음으로 얻은 세리에A 승점이었다. 세리에A 전통의 명가 AC밀란을 상대로 얻은 첫 승점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당시 베네벤토 선수들과 홈팬들은 마치 우승이라도 한 듯 기뻐했다.

그렇게 첫 승점을 따낸 베네벤토는 얼마 뒤 키에보를 상대로 1대0 승리를 거두며 사상 첫 세리에A 승리도 챙겼다. 이어 삼프도리아까지 3대2로 격침시키며 사상 첫 세리에A 연승에도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베네벤토는 줄곧 승보단 패가 많았고, 결과적으로 잔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다만, 그들이 남긴 이야기는 세리에A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