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체결이 있었던 판문점 컨퍼런스룸의 모습. 왼쪽이 T2, 오른쪽이 T3로 불리며 군사분계선 너머 북측 판문각이 보인다. <정계성 기자>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18일 경기도 파주 군사분계선상에 위치한 판문점이 취재진들에게 개방됐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취재의 편의를 위해서다. 북한병사의 귀순으로 총성이 울린 지 불과 6개월여 만에 평화를 위한 정상회담이 열리는 변화무쌍한 장소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남북관계를 상징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판문점으로 향하는 ‘1번국도’를 타고 올라가다보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캠프 보니파스’다. 휴전협정에 따라 남북은 군사분계선을 두고 각각 2km씩 비무장지대(DMZ)를 두고 있는데, 캠프 보니파스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측 방향 직선거리 2km인 남방한계선에 마련돼 있다. 현재 판문점 경비대대와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판문점 전시실과 브리핑룸이 있다. ‘보니파스’라는 명칭은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사건의 희생자 보니파스 대위의 이름에서 따왔다.

◇ 비무장지대 내 민간인 마을 조성된 이유

캠프 보나파스에는 각각 태극기와 성조기, 유엔기가 걸려 있다. <정계성 기자>

캠프 보니파스의 철조망을 넘으면 바로 비무장지대로 사진쵤영 등이 엄격히 금지된다. 이 때부터 경비대대의 경호와 통제를 받는데, 안내를 맡은 병사는 “판문점은 굉장히 위험한 곳”이라며 “북측 관광객 혹은 병사들과 사소한 대화를 하거나 손짓을 하면 안 된다”고 거듭 주의를 당부했다.

판문점까지 이동하는 길은 약 4km로 그 사이에는 꽤 넓은 논과 과수원을 볼 수 있다. 남북은 비무장지대에 각각 1곳을 마을을 둔다는 정전협정에 따라 대성동 마을이 DMZ 내에 조성됐으며, 마을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없고 경작권만 있으며, 수확물은 전량 파주시가 매입해 ‘DMZ쌀’ 등으로 판매하고 있다. 판문점 공보 관계자는 “DMZ 토지에 대해 재산권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통일이 될 경우 시효취득 형태로 마을주민에게 소유권이 주어질 수도 있지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논과 과수원을 지나면 대정동 마을 입구를 볼 수 있는데 현재는 47세대 194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 주민들에게는 세금과 군역이 면제되는 대신 통금 등 생활에 일부 제한을 받게 된다. 전출은 자유롭지만, 전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안내병사의 설명에 따르면, 외부에서 여성이 시집을 오는 경우가 유일한 방법이다.

다만 대성동 내 초등학교는 외부에 개방이 돼 있는데 그 사연이 재미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대성동 마을 역시 여느 농촌마을과 마찬가지로 초등학교에 다닐 아이들이 1~2명밖에 없다고 한다. 이에 유엔사와 협의해 외부에서 약 30명의 학생들을 받을 수 있도록 했는데, 의외로 입학경쟁이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민정경찰이 항시 주둔해있기 때문에 교통사고나 학교폭력도 예방할 수 있고 오히려 안전한 측면이 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저녁까지 보살핌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학생 30명에 교사가 15명 정도여서 전인교육이 가능하다”며 “이 정도면 접경지역이지만 꽤 괜찮은 교육환경이 아니냐”고 했다. 

◇ 영화 JSA 스토리는 허구, 병사들 경비 상황은 실존

판문점 전체적인 구조 <통일부 제공>

대성동 마을 입구를 지나면 곧 판문점이 나온다. 판문점은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임시회의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동경비구역(JSA)다. 임시회의실 남쪽에는 자유의 집과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평화의 집, 우리 측 경비병막사가 있다. 이에 대응해 북측은 판문각과 통일각을 각각 설치해 운영 중이다.

가장 극적인 장소는 총 3개 동으로 이뤄진 컨퍼런스 룸이다. ‘판문점’하면 떠오르는 푸른색의 낡은 건물이다. 정확하게 군사분계선 위에 지어진 건물로 당시 48시간 만에 지어져 ‘48시간 건물’로도 불린다. 왼쪽부터 각각 T1(중립국감독위원회 회담장), T2(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T3(실무장교 회담장)로 불리는데 T는 Temporary(임시의)의 약자라고 한다. 정전협정을 위해 임시로 지어진 건물이라는 의미다. 경비대대 장교는 “당시는 임시 정전상황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될 장소인 평화의집 모습. 답사 당일인 18일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었다. <정계성 기자>

영화 ‘JSA’를 통해 익숙한 북측 판문각이 보이는 지점은 T2와 T3 사이다. 흔한 것은 아니지만, 남북 공동행사나 혹은 각각의 행사일이 겹칠 때 남북 경비병력들이 불과 몇 미터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상황이 연출된다고 한다. 방문 당일 남북 실무회담이 열려 잠시 영화 같은 장면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기자단 답사 때에는 볼 수 없었다. 3개동의 건퍼런스룸 양 옆에는 회색의 건물이 들어서 있는데 북한군 휴게실로 사용된다고 한다.

회의실 내부는 ‘중립지역’에 해당한다. 정전협정이 체결된 장소인 T2는 관광객들에게도 공개가 되는데, 건물 안에서 만큼은 자유로운 이동과 사진촬영이 가능하다. 회의실 내 군사분계선 바로 위 책상이 놓여있는데 정전협정 사인이 이뤄진 곳이라고 한다. 책상을 가로지어 마이크 선이 위치하는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이것조차 군사분계선과 일치하고 있다. T2는 북측 관광객들에게도 개방이 되는데, 관광객들이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선착순’을 지키는 것이 남북 경비대대 간 불문율이라고 한다.

◇ 김정은 방남 루트는 T2와 T3 사이?

T2(군사정전위원회 회담장) 내부 군사분계선 위에 위치한 회의석상. 마이크선 마저 군사분계선과 일치한다. <정계성 기자>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남 경로다. 보통 남북 요인들은 T1과 T2 사이의 길을 이용하고 가끔 T2와 T3 사이를 오고갈 때도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소떼를 이끌고 방북할 때 이용한 길도 있다. 판문점 관계자는 “하늘길을 이용하지 않는 한 두 곳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남북 정상회담 장소인 우리 측 평화의집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다. 2층은 정상회담과 양 측이 각각 회의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구조를 변경하고 있는 것으로 관계자는 밝혔다. 만찬은 가장 윗층인 3층이 유력하다. 다만 구체적인 동선은 실무협상을 통해 조율 중이어서 변경될 수 있다.

한편 다수의 국민들에게 판문점을 인식시킨 영화 ‘JSA’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현실성이 거의 없다는 전언이다. 영화는 이른바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마주한 우리 측 4초소와 북측 7초소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우리 측 4초소는 실제로 병력을 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양 초소 간 무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영애 씨가 맡은 수사관 역할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고 한다.

판문점 관계자는 “정전협정에 따라 4초소는 권총을 휴대할 수 있는데 북측 7초소는 판문점 밖이어서 중무장이 가능하다. 화력의 차이에 따라 갑작스런 문제 발생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어 더 높은 지역 초소를 운용한다. 또 이영애 씨가 맡은 남북을 모두 수사할 수 있는 수사관은 존재할 수가 없다”면서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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