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민우 기자]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관계대학원(SAIS) 산하 한미연구소(USKI) 폐쇄 과정에서 홍일표 청와대 행정관의 부인이 과거 '자신을 뽑으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의 메일을 한미연에 보내 채용압박을 넣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은 19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보좌관 출신인 홍 행정관의 부인인 장모씨는 한미연 측에 '자신을 뽑아주면 남편이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라고 밝혔다. 홍 행정관은 김기식 전 원장의 측근이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남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김 전 원장이 한미연 운영에 문제를 제기하고, 부인은 '그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며 자신을 방문학자로 받으라고 종용했다"며 "한미연 입장에서는 당근이자 협박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정부의 예산을 받는 한미연에 한국 정부기관의 예산결산을 감사하는 감사원의 관계까지 언급했다"며 "자신의 거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와대에 근무하는 남편, 자신이 소속된 감사원을 얘기하며 자신의 방문학자를 수락해달라는 것은 전형적인 갑질이자 지위를 이용한 강요행위"라고 지적했다.

장씨는 감사원 국장급으로 이 의원이 공개한 메일에도 이같은 내용이 적혀있다. 메일에는 '자신을 홍 보좌관의 부인이 아닌 감사원 국장으로 봐달라'거나 '자신을 채용하면 감사원에서 의미있는 결정으로 받아들일 것', '향후 감사원과 한미연의 관계를 고려해달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의원은 "실제로 이같은 행위가 국내에서 이뤄졌다면 명백한 권력남용에 해당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메일이 작성된 시기는 지난해 1월로 당시 김 전 원장은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었고 더미래연구소장이었다. 하지만 한미연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던 김 전 원장의 주장을 20대 국회에서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그대로 이어갔고, 이 때문에 한미연은 김 전 원장이 (이 의원을) 지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이태규 의원 관계자 설명이다.

그는 또한 "한미연 관계자가 협박이라고 (직접적인) 표현은 안했지만, 이런 메일을 받고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어 이사회에 (메일을) 공개하고 회람해서 그 결과 채용했다"라며 "이렇게 메일을 보냈는데 안 뽑으면 어떻게 될지 몰라서 뽑을 수밖에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소 측에서는 경제외교 분야로 (방문학자를) 기획재정부나 관계부처 출신에서 받아왔는데 감사원은 전례가 없었다고 말한다"라고 덧붙였다.

이태규 의원은 "감사원은 장 국장의 행위가 공직자로서 적절한 행위였는지에 대해 즉각 직무감찰에 착수해 경위를 조사하고 결과를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며 "홍 행정관도 한미연 관계자와 통화한 것으로 아는데 부인 문제와 관련해 어떤 내용으로 통화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장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저는 감사원 국장이지 방문연구원 선정에 남편의 활동을 결부시키지 말라는 취지의 메일을 보낸 것"이라며 감사원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외국 기관이나 연구소에 지원을 하며 자신의 소속 기관을 소개하는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당시 남편(홍 행정관)은 현재처럼 청와대 선임행정관 출신이 아닌 민간인 신분이었다"며 "남편이 과거에 (김 전 원장의) 보좌관 시절에 했던 활동 때문에 한미연이 힘들었다면, 민간인이 된 지금은 대화로 풀 수 있다는 취지로 메일을 썼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