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진웅이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을 통해 독한 형사로 돌아왔다. < NEW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충무로 대표 ‘다작 배우’ 조진웅이 독한 형사로 돌아왔다.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을 통해서다. 지난 11월 약 5개월간의 촬영을 마친 ‘독전’은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크랭크업 한 지 약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조진웅은 여전히 작품에서 빠져나오기가 힘이 든다.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이다. 극중 조진웅은 실체 없는 조직을 잡기 위해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등 자신의 모든 것을 건 형사 원호 역을 맡았다.

배우 조진웅이 영화 ‘독전’ 선택 이유를 밝혔다. < NEW 제공>

‘독전’은 제작 단계부터 충무로 최고의 시나리오라고 입소문이 났을 만큼 탄탄한 각본을 바탕으로 한다. ‘천하장사 마돈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온 이해영 감독과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각본을 맡았던 정서경 작가가 협업해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조진웅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바로 이 시나리오 때문이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조진웅은 “시나리오만 보고 선택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 보자마자 쭉 넘어가더라고요. 별 고민이 없었어요. 비슷한 구조다. 결국에는 찾아가고 잡아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 지점들이 확실해서 ‘재밌는데? 가지 뭐’라고 생각했어요. 시나리오만 보고 선택했는데 제작진들하고는 ‘아가씨’에서 함께 했었고 류준열 배우랑은 처음 호흡을 맞췄어요. 박해준 배우는 ‘화이’를 같이 했었고요. 그 외에는 다 처음 만나는 분들인데 너무 좋았죠.”

단순히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선택했던 이 작품은 조진웅에게 그리 녹록지 않았다. 완벽한 몰입을 위해 끊임없이 연구해야 했고 상대 배우 류준열(락 역)을 향한 눈빛 하나 조심스러웠다.

“사는 게 쉬운 게 없어요. 호흡 한 번 할 때도 ‘감독님, 이렇게 해버리면 너무 드러나지 않을까요?’라고 상의하고 고민하고 작업하면서 갔던 것 같아요. ‘이 선생 잡는 거야. 그것만 가자’라고 환기 시키면서, 그렇게 안하면(몰입하기 힘들었어요)… 류준열이 또 매력이 있잖아요. 공조를 하지만 용의선상에 있는 인물인데 그를 알아가면서 바라보는 눈빛도 그렇고 교감도 쌓이고요.”

조진웅은 독한 자들의 전쟁 한복판에 뛰어든 ‘미친’ 형사 캐릭터를 위해 체중 감량도 했다. 외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격한 액션을 소화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훈련’이었다.

“이번 영화에서는 액션을 해야 하니까 약간 탄력 있게 만드는 작업들이 필요했어요. 몸이 버텨내야 하는 게 있어서 관리를 했죠. 작년 7월 1일, 가장 더울 때 크랭크인 했는데 이제는 더위가 아니라 정말 독해진 것 같아요. 원래 더위에 약하고 땀도 많이 나는데 체력 때문에 지치면 게임이 안 될 것 같아서 액션스쿨로 바로 갔어요. 3월부터 크랭크인 전까지 매일 가서 훈련을 받았어요. 그 덕에 이번 작업할 때 체력이 됐던 것 같아요. 이제 다시 가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조진웅이 미친 형사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 체중감량 등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 NEW 제공>

극중 원호는 실체 없는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 이 선생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인물이다. 그러나 영화는 원호가 왜 그토록 이 선생을 잡고 싶어 하는지에 대한 전사가 철저히 배제된다. 이러한 탓에 영화를 보고 나면 그의 집착에 의문이 남기도 한다. 조진웅은 이에 대해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를 탄 것뿐”이라고 설명한다.

“당위성을 줘야 하는데 수정의 죽음으로 트라우마가 돼서 복수를 하기 위해서 인가? 아닌 것 같은데… 마약을 하고 나서 꿈속에서 수정이가 나와서 너무 미안해서? 이걸로는 설명이 안 될 것 같은데…. 그냥 하나의 강박일 수 있고 그냥 어쩌다가 자전거를 탔는데 내리막길인 거예요. 브레이크 없는 것을 탔는데 어느 순간 인식해도 늦었어. 어떻게 할 거야? 갈 거야? 설 거야? 가긴 가는데 의지를 가지고 갈 거야? 저기까지 가본다? 그리고 가보는 건 어떨까 했어요. 지금 원호는 그 상태 밖에 안 되는 거예요.”

이 선생을 잡기 위해 선과 악을 넘나드는 원호는 독한 자들의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점점 더 독해지는 캐릭터지만 그 안에는 휴머니티가 녹아있었다.

“개인적으로 막 그렇게 표독스럽게 집착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할 때 그런 느낌이 들거든요. 어떤 작업이라도 이 사람이라면 여기에 대한(상황에 대한) 인식을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항상 해요. 표현이 약해 보일 수 있겠지만요. 예를 들어서 막 잡아야 하는 놈을 잡았을 때 그냥 죽어라 때리는 게 아니라 왜 그랬는지에 대한 질문도 하고 싶고, 어느 정도의 휴머니티는 있을 것 같아요.”

조진웅이 원호에 휴머니티를 녹여내며 그 만의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 NEW 제공>

촬영 내내 많은 고민을 안겼던 ‘독전’은 촬영이 끝나고, 영화가 완성된 후에도 계속해서 배우 조진웅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영화가 상당히 작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끝나고 쉽게 소화가 안되더라고요. 내가 했던 작업이고 다 아는 건데 왜 이렇게 다 붙여놓고 보니 소화가 안되지? 왜 이렇게 허무하지? 저한테도 많은 질문을 하더라고요. 영화배우로서 이제 뭐 할 거야? 어떻게 할 거야? 홍보하고 다음 작업하고 그런 것들이 생각할 필요도 없는데 괜히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지점에서 나도 뭐 때문에 가는지 그런 질문들이 한 번쯤은 나쁘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촬영 현장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즐거웠다. 류준열을 비롯해 김성령(오연옥 역), 차승원(브라이언 역), 박해준(선창 역), 고(故) 김주혁(진하림 역) 등 다양한 배우들과의 협연이 그에게 에너지가 됐다.

“아주 유쾌했었어요. 괴롭고 힘들고 하면 안 될 것 같았는데 감독님의 성품과 선배님들. 성령 선배는 큰누나처럼 비타민 챙겨주고 살면서 많은 조언도 해주고 차승원 선배 마찬가지로 정말 유쾌하고, 지치지 않았던 요소들이 적재적소에 있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위험하고 딥한 장면을 즐기면서 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작업하면 영화 조금 더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해영 감독과의 작업도 특별한 경험이 됐다. 독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담아내는 ‘독전’은 이해영 감독이 아니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해영 감독의 성품으로 이런 독한 영화를 보듬지 않았나 생각해요. 같이 독하고 같이 그랬으면 아마 터져버렸을 거예요. 다 안아서 아주 부드럽게 아주 잘 융화시켜서 그런 성품으로 품었지 않았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이 영화감독을 했으면 전 죽었을 거예요.”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다작 배우로 거듭난 조진웅. < NEW 제공>

1997년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조진웅은 1999년 MBC 드라마 ‘왕초’에 단역으로 출연한 뒤 2004년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스크린에 진출했다. 이후 ‘우리형’(2004), ‘야수’(2005), ‘비열한 거리’(2006) 등에서 단역을 소화한 그는 ‘강적’(2006), ‘폭력써클’(2006), ‘GP506’(2007), ‘퍼펙트 게임’(2011)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이후 그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2), ‘용의자X’(2012), ‘분노의 윤리학’(2013),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끝까지 간다’(2014) 등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며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4년에는 ‘끝까지 간다’를 포함해 ‘군도: 민란의 시대’, ‘명량’, ‘우리는 형제입니다’ 등 무려 4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이어 ‘암살’(2015), ‘아가씨’(2016), ‘사냥’(2016), ‘보안관’(2016), ‘해빙’(2017), ‘대장 김창수’(2017)와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독전’까지 소화한 그는 충무로 대표 ‘다작 배우’로 꼽힌다.

조진웅에게 ‘독전’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 NEW 제공>

수많은 작품을 통해 관객, 시청자와 만난 조진웅이지만 ‘독전’은 그에게 특별한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배우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질문을 던졌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안겼다.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한 끝에 탄생한 ‘독전’은 거친 모습이지만 안에는 상처와 외로움을 간직한, 보듬어주고 싶은 작품이다.

“‘독전’은 되게 씩씩한데 락 같은 외로움이 있는 아이인 것 같아요. ‘독전’은 ‘너 예쁘다’고 하면 뿌리칠 것 같은 느낌이에요. 이 아이는 던져놓으면 혼자 살 것 같은데 못 보내는 것 같아요. 되게 당차고 건드리면 달려들 것 같은 아이인데 사실 보면 이 아이는 너무 외로운 고운 아이인 것 같아요. 겉모습에 원호나 하림 같은 모습이 있다면 안에는 락의 아픔이 있는 그런 느낌의 아이인 것 같아요. 크면 굉장히 매력적일 것 같은데… 잘 커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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