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2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세종호텔의 성과연봉제 폐단 등 부당노동행위 사례 발표회가 열렸다. <조나리 기자>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귀하는 불만을 표출하고, 업무를 소극적으로 수행하고, 업무수행결과도 나쁘고, 노력을 하지 않으며, 나태한 행동을 보이고, 역량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조직의 가치를 저해시키는 행위를 반복하고...” - 세종호텔 2017년 연봉 재심의근거 주요내용

“우리들이 안 그만두고 버티니까 오히려 직원들은 좋아한다. 우리들이 먼저 임금삭감 당해주고, 경위서 써주고, 힘든 일에 발령되니까. 그래서 세종호텔이 우리를 더 싫어하는지도 모른다.” - 세종호텔 노동조합 박춘자 위원장

24일 오후 2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세종호텔의 부당노동행위 사례 발표회가 열렸다. 특히 발표회에서는 세종호텔의 노조 간 임금차별을 계량화한 연구가 발표돼 눈길을 모았다. 황선웅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S호텔 복수노조 임금차별 사례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세종호텔에서 벌어지고 있는 임금차별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제시했다.

세종호텔 2017년 연봉 재심의근거 내용. 조세화 변호사는 인사 및 연봉평가 기준이 자의적으로 주관적 판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호텔 노동조합 제공>

◇ “연구 용역 검증도 못하는 노동부 더 문제”

황선웅 교수는 이날 “처음 자료를 받아서 검토해보니 통계적으로 너무나 명백히 차별적이라는 결론이 나왔다”면서 “그런데 노동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뒤늦게 사측의 답변서를 보니 오히려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너무 황당한 주장들이 담겨있더라. 문제는 이런 주장을 다 받아준 노동위라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세종호텔은 2011년 7월 세종연합노동조합(이하 연합노조) 설립을 추진, 연합노조와 임금협상 등을 해왔다. 연합노조가 설립된 후 7년 동안 12명의 세종호텔 노동조합(이하 세종노조) 조합원들의 임금은 매년 삭감되거나 대부분 동결됐다. 사측이 연합노조와 단체협상을 통해 성과연봉제 적용을 합의하면서 부당한 업무평가가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황선웅 부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세종호텔에서 벌어지고 있는 임금차별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담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조나리 기자>

황 교수는 “12명의 세종노조 조합원 중 8명이 연봉이 삭감됐다. 회사는 세종노조만 보지 말고 전체 조합원을 검토해서 보라는 입장이었다”면서 “그래서 자료를 받아서 보니 세종노조는 평균 연봉 인상률이 -3.833%, 연합노조는 0.250%더라. 세종노조는 삭감됐고, 연합노조는 조금이나마 인상됐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세종호텔은 또 노동위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근속연수가 길수록 삭감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이는 구조조정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도 해명했다. 그러나 근속연수가 같은 직원들끼리 통계분석을 했을 때도 연봉 삭감율은 세종노조 조합원들이 더 높았다.

황 교수는 “세종호텔은 노조간 차별적 조치를 증명하는 통계 결과를 가져와 ‘차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면서 “통계를 잘못 해석한 것이다. 그런데 노동위도 이걸 짚지 못했다. 이제는 사법부로 넘어갔으니 제대로 검증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일들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차별적 행위에 대한 노동위의 분석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면서 “사용자의 부적절한 답변 행위를 규제하고 불이익을 줘야한다. 노동위는 ‘이견이 있다’며 사용자 측 입장을 대변하는데, 부당노동행위 입증 방식을 객관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성과연봉제, 구조조정 수단으로 전락”

세종호텔에서 룸메이드 업무를 하고 있는 허지희 세종노조 조합원이 업무 중 겪은 차별적 대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나리 기자>

세종호텔에서 룸메이드 업무를 하고 있는 허지희 세종노조 조합원은 임금뿐 아니라 업무에서도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년간 호텔 대표전화 교환원으로 일했지만 20주년 되는 날 갑자기 홈메이드로 발령을 받았다”면서 “‘거울을 깨끗이 닦아라’ 이런 수준이 아니고, ‘고개를 꺾어서 아래서 위를 바라보면서 닦으라’고 한다. 결국 목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직원은 5시에 퇴근인데 2시에 방청소를 다 끝내고 쉬다가 간다. 우리들은 티끌까지 검사해 서 경위서를 써오라고 한다”면서 “20년 동안 한 번도 경위서를 써본 적이 없는데 홈메이드를 하면서 한 달에 한번은 썼던 것 같다. 경위서는 임금삭감의 증거자료가 됐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허씨는 “연합노조나 비조합원 중에도 극소수 임금 삭감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 “그런데 삭감율에서 차이가 난다. 나는 9% 삭감, 연합노조나 비조합원은 3%를 삭감하는 식이다. 마치 공평하게 처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차별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성종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정책실장은 “회사에서 관리자에게 무리한 감시를 시키고 경위서를 받아오도록 시켰다면, 그 관리자의 심정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는 회사가 직원들을 보는 시선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인권적 차원에서 문제제기를 해야한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세화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가 세종호텔 내 임금 및 업무평가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다. <조나리 기자>

세종호텔 연봉제도의 문제점을 조사해온 조세화 서비스연맹 법률원 변호사는 “역량평가와 업적평가를 통 해 연봉이 결정되는데 그 내용들이 추상적, 주관적 판단에 따라 평가되는 것들”이라며 “한 마디로 ‘하여간 못마땅하다’ 이런 식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방식이 마련되지 않으면 사용자의 재량권이란 명목으로 탈법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세화 변호사에 따르면 복수노조가 설립된 후 7년 동안 호텔 내 주요 보직자는 연합노조 조합원과 비조합원으로 채워졌다. 또한 2013년 이후 승진자 현황에서도 세종노조 조합원은 한 명도 없었다. 역량평가와 업적평가에서도 세종노조 조합원들은 대부분 C등급에 몰린 반면 연합노조나 비조합원은 A,B 등급에 집중돼 있다는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회사는 전 직원에 대한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면서 인건비 절감과 노조간의 차별적 정책을 펼쳤다”면서 “이같은 일들이 2011년 이후 승진과 보직, 발령 등 인사정책에서 일관되게 적용돼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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