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에어가 조현민 전 부사장의 갑질 파문 이후에도 꾸준한 논란에 휩싸이며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조현민 전 부사장의 갑질 파문으로 시작된 진에어의 ‘추락’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오너일가의 갑질을 넘어 불법 및 안전과 직결되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소비자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진에어가 뜨거운 논란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은 조현민 전 부사장이 광고대행사 관계자에게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이는 다른 재벌갑질 사건보다 훨씬 더 큰 후폭풍을 몰고 왔다. ‘땅콩회항’의 전례가 있는 한진그룹 오너일가인데다, 각종 추가 폭로 및 의혹제기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조양호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논란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그리고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밀수 의혹 등이 제기되며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이런 가운데, 진에어를 역시 여러 논란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우선, 조현민 전 부사장의 갑질 논란 이후 오너일가의 크고 작은 갑질 언행에 대한 내부폭로가 이어졌다. 꽉 끼는 유니폼마저 조현민 전 부사장의 또 다른 갑질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승무원들을 기내 청소에 투입시키거나 면세품 판매 과정에서 계산 착오로 발생한 차액을 직접 받아내게 하는 등의 열악한 근무여건도 문제로 지적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그 이후 제기되고 있는 논란들이다.

먼저, 진에어에서 어떠한 직책도 가지고 있지 않은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진에어의 내부서류를 결재한 것이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국토교통부는 “비정상적 회사 운영”이라고 지적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해당 사안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진에어 측은 “그룹 차원의 협의를 통해 만들어진 직무전결 기준에 따라 중요 사안을 결재한 것”이라며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진에어는 엄연한 상장사로, 한진칼이 보유한 지분 60%과 우리사주 1.95%를 제외한 나머지 34.56%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런 회사의 중요 결재를 어떠한 직책도 가지고 있지 않은 그룹 오너일가가 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결재한 서류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결재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서류를 결재하거나,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현대건설 서류를 결재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진에어는 앞서 조현민 전 부사장이 6년 간 등기임원으로 재직한 점도 불법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법적으로 항공사 등기임원은 한국인만 가능한데, 조현민 전 부사장은 미국 국적자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국토교통부는 ‘면허취소’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면허취소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으나, 진에어가 얼마나 허술하게 운영돼왔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안전문제와 직결되는 의혹도 제기됐다.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로 구성된 ‘대한항공직원연대’는 진에어 측이 지난해 항공기에 중대한 엔진 결함이 있었음에도 비행을 강행했다고 폭로했다.

의혹이 제기된 것은 지난해 9월 19일 괌으로 향한 항공기다. 항공기는 목적지 공항에 도착하면 엔진을 모두 끈 뒤 승객들을 내리게 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문제의 항공기는 왼쪽 1번 엔진이 꺼지지 않았음에도 약 70여분 뒤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는 비행에 투입됐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직원연대 측은 “엔진의 중대결함이 발생했음에도 단순 지시계통 결함으로 조작해 비행에 투입했다”며 “화재, 폭발 등의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경영진과 당시 정비본부장에 의해 자행된 위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진에어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며 해명에 나섰다. 괌 도착 후 엔진은 정상적으로 정지했으며, 연료 공급관에 남아있던 잔여 연료로 인해 연무 현상이 발생한 것뿐이라는 해명이다. 또한 당시 정비 교범과 제작사 지침에 따른 점검을 실시해 결함 해소가 확인됐고, 이에 따라 준비했던 대체편을 취소하고 정상 운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진실’은 국토교통부 조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상태로, 해당 항공기에 남아 있는 운항 데이터를 통해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힐 방침이다.

LCC업계와 함께 고속성장을 이어온 진에어는 지난해 상장에 성공한데 이어, 올해는 조양호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한 단계 도약을 꿈꿨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불편한 논란에 이어 불법·안전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진에어를 향한 소비자 신뢰는 땅에 떨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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