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거래 중단 조치에 비상등이 켜졌다. <하나금융투자 제공>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융투자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단연 ‘신뢰’다. 시장에서 얼마나 탄탄한 신뢰를 구축했느냐가 회사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이같은 신뢰를 쌓는 과정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한번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최근 하나금융투자는 해외파생상품 시장에서 어렵게 쌓은 신뢰성이 금이 갈 위기에 처했다. 세계 최대 파생상품거래소인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하나금융투자에 대해 선물·옵션 거래중지 제재를 가했다. 계좌 소유와 거래 권한자에 대해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시장 규정 위반 거래 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다.

◇ “불완전 허위 정보 제공해 조사 방해”

이에 따라 지난 22일부터 향후 60일간 하나금융투자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통한 CME 선물·옵션 상품의 거래는 중단됐다. 오는 7월20일까지 신규 주문이 불가능하며, 하나금융투자 해외증권실을 통해 전화로 매도(청산) 주문만 가능하다.

하나금융투자는 해외선물거래 시장에서 강자로 꼽혀온 곳이다. 국내 증권사 중 해외선물 거래 규모가 가장 많다.

이번 조치로 하나금융투자는 발칵 뒤집힌 분위기다. 당장 거래 중지에 따른 손해도 걱정이지만, 시장 내에서 신뢰도 추락이 불가피하게 됐다.

무엇보다 CME과의 신뢰 관계 회복에 험난한 여정이 예고된다. 거래 중단 사유 설명을 놓고도 CME와 불편한 상황을 연출했다.

당초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거래 중단 배경을 두고 CME가 요구한 고객 정보를 불완전하게 제공한 것을 이유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고객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의 동의를 못 받아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하나금융투자는 CME에서 요구한 1,000여명의 고객 계좌 정보 중 10%를 제출하지 못했다.

◇ CME과 신뢰 관계 회복 '험로' 

하지만 CME 측이 “이번 사안은 하나금융투자에만 국한된 것이고, 개인정보보호법과도 관계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CME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거래 중단 사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CME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CME그룹 시장규제부가 지난해 5월부터 진행된 고객 계좌 관련 조사 과정에서 ▲계좌 소유권, 계좌의 거래 권한자, 감사 추적을 위한 기록 자료 및 계좌 활동 기록 자료와 관련해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며 잘못된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

CME는 이같은 행위가 시장규제부의 여러 조사 활동을 중대하게 방해한 것으로 봤다. 이 조사부는 다수의 상품 거래에서 ‘스푸핑(spoofing)’, 시장질서교란행위 및 자금 이전 활동 등을 조사한다. CME 시장규제부는 의심거래 정황을 포착해 1년 전부터 자료 제공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회사 측이 불완전하고 부정확한 자료를 보내오자 불신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CME가 초강수 제재 조치를 내린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CME 측은 “하나금융투자는 고객의 포지션을 부적절하고 부정확하게 상계하고 청산회원사에 부정확한 포지션 관련 정보를 제공해 하나금융투자 및 청산회원사, 나아가 거래소의 리스크에 대해 실제와 다른 갭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입장이 나오자 금융투자업계는 하나금융투자 초기 대응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소극적인 해명을 했던 것이 CEM 측의 반감을 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후 하나금융투자 측은 불찰을 인정하며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전산 자료를 내려받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부정확한 정보가 CME 측에 전달된 것은 사실이다. 이후 다시 수정해서 보냈지만 이미 불신이 자리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태와 관련해 “본사에 잘못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시스템 개선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아울러 CME 측과의 신뢰 관계를 재구축하는데도 집중한다는 방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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