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보건복지부가 12월 23일부터 시중에 판매되는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경고그림을 부착하기로 확정하면서 담배 제조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담배업계가 집단 멘붕에 빠졌다.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경고그림을 부착하기로 정부가 최종 확정해서다. 판매율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 업계 반발이 거세다. 특히 필립모리스와 BAT와 같은 외국계 담배업체들에서 이 같은 반응이 뚜렷하다.

◇ ‘흑백주사기→경고그림’… 담배회사들 “조사 신뢰도에 의문”

승승장구하던 궐련형 전자담배에 제동이 걸렸다.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알려져 끽연가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던 궐련형 전자담배에도 경고그림이 부착된다. 지금처럼 흑백 주사기가 아닌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암 유발을 경고하는 자극적인 사진을 부착해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들의 금연을 유도하기로 정부가 최종 결정했다.

앞서 정부가 지난달 14일 행정예고 한 경고그림 및 문구를 별도의 변경 없이 최종안으로 확정하기로 한 건,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전자담배 역시 벤조피렌과 같은 발암물질을 내포하고 있어 암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견을 고려해 이 같이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의 이번 발표는 예견된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담뱃갑 포장지 경고그림 등 표기내용’ 개정안 행정예고 기간이 끝난 직후인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알리는 조사 결과를 내놓고 복지부에 힘을 실어줬다. 전자담배에도 경고그림을 부착하려는 명분을 살림과 동시에, 시장 충격을 흡수하는 예방주사 성격이었던 셈이다.

담배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다를 바 없다는 보건당국의 발표에 제조사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내 최초로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를 내놓은 필립모리스는 정부 발표와는 정반대의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만전을 기하고 있는 양상이다. 임상실험 결과 아이코스를 사용한 사용자들의 위해성이 감소된 사실이 입증됐음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18일 1,000명의 성인 흡연자를 대상으로 한 ‘아이코스 최신 임상연구 결과 발표회’에서 8가지 임상위험 평가지표 변화가 “금연자들과 같은 방향성을 나타냈다”며 “이 가운데 5가지 평가지표는 계속 흡연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전자담배의 타르 함유량이 일반담배보다 많이 검출됐다는 식약처 조사에 대해서도 “제품 특성상 수분 측정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측정방법을 (식약처가) 보완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 필립모리스‧BAT만 ‘발끈’… 글로벌 시장 파급력 최소화?

‘글로’를 판매하는 BAT(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도 마찬가지다. 식약처 조사의 신뢰성에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며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11일 BAT는 보도자료를 내고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일반담배 대비 유해성분 배출량이 상당히 감소됐음에도 (궐련형 전자담배가) 잠재적 유해성을 감소시킨다는 결과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은 놀라우며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나아가 타르 수치에 대한 식약처의 분석결과가 오도적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릴’을 판매하는 KT&G는 이들 업체들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식약처 취지를 이해하며 궐련형 전자담배 또한 일반적인 담배의 범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입장을 두둔하는 듯 한 제스쳐를 취한 KT&G는 경고그림 부착이 확정된 이후에도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KT&G가 앞선 두 외국계 담배회사와 대조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해석이 나온다. 아직 정부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은 KT&G가 정부 결정에 반기를 들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달리 필립모리스와 BAT는 세계 최초로 궐련형 전자담배에 경고그림을 부착하기로 한 한국에서 어떻게든 그 여파를 최소화하라는 본사 차원의 지침이 내려온 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이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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