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난민들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취업설명회에 참여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도에 체류 중인 예멘 난민에 대한 자세한 현황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다만 현재까지 난민 문제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정리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예멘 난민상황 파악을 지시했고 관련 내용이 보고됐다. 문 대통령은 ▲무사증 제도를 이용한 추가 난민유입 가능성 ▲이미 들어온 예멘 난민 취업문제 ▲제주도민 불안감 해소 측면에서 입장을 정리했다.

먼저 무사증 제도를 이용한 예멘 난민들의 제주도 입도는 불가능해진다. 제주도가 앞서 1일 무사증 입국불허 국가에 예멘을 추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전에 들어온 예멘 난민들에 대한 처우다. 이들은 난민신청을 한 상태로 제주도에 체류하며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취업허가와 의료지원을 결정했다. 원칙적으로 난민신청일로부터 6개월 이후 취업이 가능하나, 인도적 측면을 감안했다. 대신 ‘내국인들의 일자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로 한정했다. 제주도 내 어업이나 양어장, 농업 등의 업종이다. 또한 밀가루 등 식자재 지원과 무상 의료지원도 하기로 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순찰을 강화해 범죄예방에 나서는 한편, 불필요한 충돌과 잡음을 방지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외국인 관광객과 불법체류자, 이주노동자 등의 강력범죄로 제주도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제주지역 도민들을 중심으로 (외국인 범죄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나오고 있지 않느냐”며 “예멘 난민들이 위험한지 아닌지에 대한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주민안정) 차원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처를 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차적인 조치는 취했지만 난민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역할’을 강조한 만큼,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촛불혁명의 힘’을 설명하면서 “국제사회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난민에 대한 국내여론이 엇갈리고 있어 입장정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무사증제도 폐기와 난민수용 반대 청와대 청원이 의무답변 기준인 서명 20만 명을 이미 넘긴 상태다. 고민이 깊었을까. 문 대통령은 이날 18회를 맞이한 ‘세계 난민의 날’과 관련해 특별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난민문제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청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추후에 정리해서 알려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