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제시한 쇄신안을 둘러싸고 내홍에 휩싸였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국민들 앞에 내놓은 반성문이다. 원내대표실 백보드에도, 비상의원총회에도, 무릎까지 꿇었던 기자회견장에도 해당 문구는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철저한 반성 속에 쇄신을 약속했다. 문제는 방식이다.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쇄신안은 당내 분란만 키웠다.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모습이다. 다시 원점이다.

당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판했던 그의 사례를 통해 탈출구를 찾고 있는 것.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전 몇 차례의 혁신위와 비대위 체제를 타산지석으로 삼겠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앞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중앙당 해체와 비대위 구성을 통해 당의 슬림화와 인적 청산을 주장했다. 이후 쇄신의 마지막 작업으로 당명 교체를 강조했다. 관건은 김성태 원내대표의 돌파력이다.

◇ “박근혜 같은 사람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특유의 돌파력을 보여줬다.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대선자금 비리 의혹으로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을 때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역풍까지 맞아 2004년 17대 총선을 낙망하는 시각이 우세했다. 여기서 독배를 든 사람이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었다. 당대표에 선출돼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특히 ‘천막당사’는 그의 개혁 작업을 상징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00석 붕괴 전망을 뚫고 121석을 얻었다.

뿐만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1년 10·26 재보선에서 참패하자 다시 한 번 당의 전면에 섰다.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다. 이듬해 18대 총선과 대선을 앞둔 터라 당의 명운이 그의 손에 달렸다. 그때 승부수를 띄운 것이 당명 교체다. 약 15년간 써왔던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간판을 새로 달았다. 이와 함께 당을 상징했던 파란색에서 지금의 빨간색으로 바꿨다. 이번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략은 통했다. 총선에서 절반이 넘는 152석을 차지하며 원내 1당으로 올라섰다.

당 안팎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거 사례를 회고하며 구심점과 새 인물이 없다는데 우려를 나타냈다. <뉴시스>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의 전신이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으로 당명을 또 한 번 변경했다. 불과 1년여 만에 김성태 원내대표가 당명 변경을 들고 나온 셈이다. 따라서 그 효과가 얼마나 미칠지는 알 수 없다. 더욱이 중앙당 해체에 대한 당내 이견도 분분한 상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과거 차떼기당이라는 오명 속에서도 중앙당 해체를 강행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섞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중앙당 해체라고 이야기했지만 중앙당을 새로 설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됐다. 변화를 이끌 새 인물이 보이지 않다는 것. 구심점도 없다. 매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심점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덧붙여지면서 한숨은 더 커졌다. 선거 참패의 요인 중 하나를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꼽으면서도 과거 위기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리더십이 아쉬운 모습이다. 국정농단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출당조치됐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