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임원의 갑질과 이를 두둔한 듯한 장 투불 대표(사진)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지난 6년간 배당금으로 1,159억원을 프랑스 본사에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페르노리카코리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영업총괄 임원의 ‘갑질’과 이를 두둔하는 듯한 장 투불 대표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양주 제조기업 페르노리카코리아. 경영진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페르노리카코리아가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고배당으로 프랑스 본사에 수익의 상당부분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년간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코리카코리아임페리얼 두 법인을 통해서 1,159억원의 배당금이 나라 밖으로 빠져나갔다.

◇ 국내 투자는 뒷전… 예외 없는 외국계 기업의 민낯

페르노리카코리아 역시 보통의 외국계 기업들과 다르지 않았다. 직원에 대한 복지 증대와 투자 확대를 등한시 한 채, 본사 이윤에만 혈안이 됐다는 지적을 받는 외국계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해마다 수십에서 수백억에 달하는 금액을 프랑스 본사에 보내고 있다.

1,159억원. 배당정책을 처음 실시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년 간 페르노리카가 본사에 배당금 명목으로 지급한 액수의 총액이다. 해마다 193억원 가량을 지급해 온 셈인데, 이는 페르노리카 국내 법인 2곳인 페르노리카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이하 임페리얼) 각각의 흑자 규모와 비슷한 수치다.

법인별로 구체적으로 보면, 페르노리카코리아에서만 347억원이 프랑스 본사의 아시아 법인으로서 최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는 ‘페르노리카아시아’(Pernod Ricard Asia‧지분100%)로 흘러갔다. 첫 배당이 이뤄진 2012년(회계연도 2011년 7월∼2012년 6월) 19%로 양호한 수준이던 배당성향이 이듬해 89%로 급등하더니 급기야 8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은 2014년에는 80억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했다.

10년 만에 최저 매출(1,056억)을 기록하며 20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는데 그쳤던 2016년에는 중간배당으로 64억원을 집행해 배당성향이 318%를 기록하기도 했다.

임페리얼의 경우 사정이 더 심각하다. 1,159억원의 배당금 중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몫을 제외한 812억원이 프랑스 법인의 지주사인 앨라이드 도메크 홀딩스(Allied Domecq Holdings‧지분100%)에 지급됐다.

◇ ‘고배당 논란까지’… 바람 잘 날 없는 페르노리카코리아

페르노리카코리아 보다 1년 빠른 2011년 배당 정책(84억‧배당성향 30.3%)을 시작한 임페리얼은 하이트진로로부터 지분 30%를 인수해 단일 주주로 등극한 2012년 배당 규모(244억‧85.1%)를 대폭 확대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와 마찬가지로 당기순손실(54억)을 기록했던 2014년에도 중간배당을 실시해 140억원을 최대주주인 앨라이드 도메크 홀딩스에 할당했다.

최근에 속하는 2016년과 2015년 모두 배당성향이 90%를 넘으며 임페리얼은 고배당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는 이처럼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고배당이 지속되고 있는 배경과 갑질 논란에 휩싸인 영업총괄 임원의 인사에 대해 묻고자 담당자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현재 페르노리카코리아는 극심한 노사 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노조 등에 따르면 2016년 부임한 영업총괄 임원 A씨는 직원들에게 욕설과 성희롱을 일삼아 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최근 마련된 자리에서 장 투불 대표가 “욕설은 불법이 아니다”며 A씨를 감싸는 듯 한 발언을 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기업 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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