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서울 종로구 선거 캠프에서 열린 해단식에서 당원들에게 인사말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6·13 지방선거 패배 이후 미국으로 떠났다가 21일 귀국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다음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린다. 특히 오는 8월로 예정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에 올해에도 출마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일단은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향후 정치 행보 등에 대한 입장 표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성찰의 시간'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안 전 후보는 지난 14일 선거 캠프 해단식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 "성찰의 시간을 당분간 가지겠다"고만 말하며 여지를 남겨뒀다.

안 전 후보의 조기복귀가 거론되는 배경은 그간 짧은 '잠행기'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지난 2월 바른미래당 출범과 함께 '백의종군'을 선언한 지 한 달 여 만에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당무에 복귀했고, 지난해 5월에 열린 19 대선 패배 이후에는 다시 8·27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에 오른 바 있다.

◇ 당 안팎서 거센 '안철수 정계은퇴론'

현재 당 안팎으로 안 전 후보의 '정계은퇴' 및 '자숙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커지고 있다.

'안철수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새정치를 하겠다고 나온 동기는 괜찮았지만 노력이 국민에게 평가받지 못했다"면서 "이쯤에서 정치를 접고 본업으로 돌아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옳다"고 정계은퇴를 권했다.

지난 19일 1박2일 간 열린 바른미래당 비대위원-국회의원 워크숍에서는 발제자로 나선 이종훈 시사평론가가 "지금이라도 (정치권을) 한번 떠나주시는 게 좋겠다"며 "나중에 복귀하더라도 충분히 준비됐을 때 다시 나와라"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 자리에서 주승용 의원은 정계은퇴에는 이견을 내비치면서도 "안 전 후보가 당분간 정치적 휴지기를 갖고 국민이 다시 불러줄 때를 기다리는게 맞다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2선 후퇴'를 언급했다.

이같은 '퇴진론'이 불거진 것은 안 전 후보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다.

안 전 후보가 선거 패배 직후 미국으로 떠나자 장진영 전 최고위원은 "역사의 어느 전쟁에서 패장이 패배한 부하들 놔두고 가족 만나러 외국에 가버린 사례가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또한 안 전 후보가 낙선 인사 현수막에 당명도, 당 색깔도 표시하지 않고 '안철수 드림'이라고만 명기하면서 바른미래당에 지나치게 무심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6·13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들어서며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 그럼에도 조기복귀한다면 왜?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문재인 대통령 등은 대선에서 낙선했을 때 정치에 복귀하더라도 통상적으로 1~2년의 칩거기를 갖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나 지난해 안 전 후보가 대선 패배 후 90일도 되지 않아 당대표로 복귀한 것은 그만큼 당내 입지를 많이 상실하면서 불안감을 가졌다는 분석이다. 안 전 후보는 당시 국민의당 최대 지분을 가졌지만, 대선 결과 '텃밭'인 호남 지지층이 대거 이탈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8·27 전당대회에서는 자신이 없는 동안 정동영·천정배 의원 등이 당권을 잡을 경우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당 자체가 더불어민주당에 넘어갈 공산이 있다고 우려했다는 게 당시 관계자의 전언이다. 정동영-천정배 의원은 현재 박지원 의원 등 호남의원들과 함께 민주평화당으로 옮겼다.

이번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안 전 후보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고, 당내에는 '개혁적 보수'를 내세우며 이념 정체성 논란을 빚고 있는 소위 '유승민계'가 있다. 바른미래당은 이번 워크숍을 통해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라고 이념 정체성을 정리했지만, 유승민 전 공동대표가 강조한 '우향우'와 거리가 멀어 오히려 갈등의 소지로 확산될 여지도 있다.

이 때문에 안 전 후보의 재출마 여부는 김동철 비대위체제가 당을 얼마나 잘 수습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당대표는 2020년 21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앙금이 풀리지 않으면 '안철수계-유승민계' 내홍이 재점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안 전 후보는 지선 이후 외동딸의 대학원 졸업식 참석차 미국에서 머물다 이날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안 전 대표는 당분간 선거 때 도움을 준 이들과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에게 인사하고, 숙고의 시간을 가진 뒤 향후 정치 행보 등에 대한 입장 표명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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