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풀서비스업체 풀러스가 창업 2년만에 구조조정 등에 나선다. 사진은 풀러스 소개영상.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국내 토종 카풀서비스 업체 ‘풀러스’가 결국 무너졌다. 창립 2년 만에 대표사퇴 및 구조조정을 예고한 것으로, 국내의 높은 규제 장벽을 넘지 못한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풀러스를 창립한 김태호 대표가 직원들에게 사임의 뜻을 전했다. 또 현재 직원 중 70%를 정리할 계획도 공개됐다. 창업주 사퇴와 더불어 인원감축 계획까지 발표된 것으로, 한때 한국형 우버로 평가받던 업체가 무너진 겪이다.

업계에선 이에 대해 국내 규제 장벽이 너무 높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틈새시장서 성장한 풀러스… ‘규제’ 절벽 부딪혀

지난 2016년 설립된 풀러스는 규제와 신사업의 틈새를 비집고 탄생했다.

당시(2014~2015) 국내에선 글로벌 기업 우버가 서울시 등과의 지루한 줄다리기 싸움에서 백기를 들 때였다. 개인의 차량으로 유료 운송이 가능한 서비스 ‘우버X’를 선보였지만, 국내에선 불법으로 규정됐기 때문이다. 현행 여객운수법 81조는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차로 운송요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반면 풀러스는 운송법 상 예외조항인 ‘출퇴근 시간에 카풀허용’을 이용해 시장에 진입했다. 법규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출퇴근시간대를 ‘5~11시, 17~익일 새벽 2시’로 보고 서비스를 제공한 것.

반응은 뜨거웠다. 승객 입장에선 택시요금보다 저렴했고, 드라이버도 출퇴근길에 부수입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풀러스는 출범 1년 만에 가입자 수 65만명을 넘겼고, 작년 말엔 2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물론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었지만, 가능성을 중시하는 IT업계에선 흔한 일이었다. 당장의 수익보다 얼마나 성장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이냐의 문제로, 다수고객을 확보해 플랫폼이 확장되면 투자유치부터 신규사업 도전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평가받는 그랩.

실제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한 그랩(GRAB)은 현재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지로 확장,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를 투자받았고, 올해 진행한 20억 달러 투자유치엔 우리나라의 SK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다만 풀러스는 국내의 굳건한 규제장벽에 가로막힌 모양새다. 지난해 서울시는 풀러스의 ‘출퇴근시간선택제’ 도입에 ‘사실상 24시간 카풀 서비스를 한다는 이유’로 경찰조사를 의뢰한 바 있다. 출퇴근시간선택제는 고객이 하루 8시간 내에 출퇴근시간을 직접 설정할 수 있는 제도로, ‘유연근무제’ 등 출퇴근 시간을 고정할 수 없는 경우가 증가함에 따른 것이다.

또 택시업계의 반발은 여전히 거셌고, 국회에선 카풀 앱 금지법까지 발의되기도 했다. 이 법안은 출퇴근 시간대를 오전 7시~9시, 오후 6시~8시로 명시하고, 영리 목적의 카풀은 제외한다는 게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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