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통가에서 무인화 바람이 불면서 자판기 산업의 부흥을 예상하는 견해가 늘고 있지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진은 CU가 지난 3월 도입한 육류 자판기. < CU >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무인화의 상징’ 자판기가 인건비 부담으로 고민하고 있는 유통업계의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물론 식자재 업체들까지 자판기 도입에 나서면서 자판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환기되고 있는 것. 무인화 바람이 일면서 자판기 산업의 부흥을 예견하는 견해가 늘고 있지만 한켠에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조심스런 평가를 내놓고 있다.

◇ ‘지금은 무인화 시대’… 유통가에 부른 자판기 바람

무인화가 유통업계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업계 전반에 셀프결제, 무인주문기 등 ‘사람이 필요 없는’ 시스템이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2005년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무인계산대를 도입한 홈플러스는 이를 390대까지 확대했다. 롯데리아는 전국 1,400여 매장 중 절반 이상에 무인 주문기 도입을 마쳤다.

이외에도 무인화를 얘기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자판기다. 시장 포화와 늘어난 인건비 등으로 고민이 깊어진 편의점 산업의 시름을 덜어 줄 대책으로 자판기가 주목받고 있다. 이마트24는 지난달 유인과 무인(자판기)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매장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 3월엔 CU가 자판기를 통한 육류 판매에 들어가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식자재 및 가공식품 업계까지 가세하면서 자판기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는 HMR(가정간편식) 시장 확대와 맞물려 나타난 현상인데, 지난달 퇴계로 본사 지하 식당가 리모델링을 마친 CJ제일제당은 국내 최초로 터치스크린 방식의 간편식 자판기를 도입했다. 같은 장소에 CJ프레시웨이는 냉장 조절과 재고관리 시스템 등을 갖춘 신개념 도시락 자판기를 선보였다.

이처럼 업종을 막론하고 유통가에 다양한 형태의 자판기가 도입되면서 자판기를 4차 산업혁명 시대 급부상할 산업 중 보는 시선이 적지 않은 상황. 하지만 국내 자판기 산업이 처한 현실은 이 같은 장밋빛 전망과는 다소 온도차가 있는 게 사실이다. 국내 1위 자판기 제조사인 롯데기공 관계자는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 멀티자판기 주문이 늘고는 있다”면서도 “이는 어디까지나 10대 미만 정도의 샘플 수준으로 아직 양산화 단계에 들어선 건 아니다”고 말했다.

◇ 전성기의 7분의 1 수준… 쪼그라든 자판기 시장

롯데기공과 함께 대형자판기 시장을 7대3 비율로 양분하고 있는 로벤은 최근에서야 적자 터널에서 탈출했을 정도로 경영 상태가 좋지 못하다. 지난 2014년부터 3년간 총 22억원 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로벤은 지난해에서야 1,000만원의 영업이익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한때 170억원에 이르렀던 매출 규모도 어느새 70억원까지 감소했다.

실제 국내 자판기 산업은 전성기를 지나 많이 쇠퇴한 상태이기도 하다. 전성기 시절인 1990년대 중후반 무렵 1,400억원이던 국내 자판기 산업 규모는 현재 200억원 남짓하다. 자판기 보급대수도 자판기 선진국 일본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대형자판기와 미니 커피 자판기 등을 더한 전체 자판기 수는 20만대 정도다. 반면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300만대 정도의 대형자판기가 운영 중에 있으며, 한 해에만 20만대가 새로 제조된다.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 관계자는 “멀티자판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50% 정도 증가하며 업계 분위기가 좋아진 건 편이지만, 그렇다고 폭발적인 증가세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라며 “편의점과 마트 등 BtoB 주문량이 늘고 있어 내년 정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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