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자헛이 합의 없이 가맹점주들에게 부과한 '어드민피(가맹점 지원업무 수수료)'를 돌려주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뉴시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어드민피(가맹점 수수료) 부과와 관련한 피자헛과 가맹점주들과의 법적 다툼이 가맹점주들의 일부 승소로 끝이 났다. 대법원은 그러나 점주들이 수수료 부과에 대해 합의서를 작성했다면 불공정행위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피자헛 측의 승소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3년 걸린 피자헛과 가맹점주들의 ‘어드민피’ 소송

지난 21일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피자헛 가맹점주들이 한국 피자헛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피자헛 측은 가맹점주들로부터 계약서상 근거 없이 거둬간 어드민피 부분에 대해서만 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대법원은 재계약을 앞둔 점주들에게 이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강요 행위라는 주장에 대해 “불공정 거래행위나 불공정한 약관 조항에 해당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가맹점주들과 피자헛의 어드민피 싸움은 3년 전부터 시작됐다. 피자헛은 2003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계약서상 근거 없이 어드민피를 거둬갔다. 다만 2012년 5월부터는 계약서에 어드민피 사항을 적시했다. 이에 2015년 가맹점주들은 부당하게 거둬간 어드민피를 돌려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한국 피자헛을 고발했다.

2016년 7월 1심은 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서상 근거 없이 어드민피를 거둬간 것은 물론 재계약을 앞둔 점주들에게 그 같은 내용의 합의서를 받아간 것은 가맹사업법상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신규 계약자들에 합의서를 받은 행위 또한 약관규제법상 불공정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017년 1월 공정위도 뒤늦게 5억2,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다만 공정위의 판단은 1심 재판부와 달랐다. 공정위는 계약서상 합의 없이 거둬간 어드민피만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가맹점주들은 즉각 반발했다. 그러나 같은해 6월 항소심 재판부도 공정위와 같은 취지의 판결을 선고, 논란이 된바 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판단했다.

가맹점주들은 대법원이 가맹사업법상 불공정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 “법원, 가맹점주들 현실 전혀 이해 못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소송을 제기했던 가맹점주들 중 2003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가맹본부에 어드민피를 지급한 점주들은 배상을 받았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로 인해 2012년 5월부터 지급한 어드민피에 대해 더 이상 문제 삼지 못하게 됐다. 이에 대해 가맹점주들은 “가맹점주들이 처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서류만 가지고 판결을 했다”며 반발했다.

과거 피자헛가맹점주협의회에서 활동하며 어드민피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추진했던 A씨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공정위와 2심 판결에 대한 비판이 상당했었는데도 결국 그렇게 판결이 나와 너무나 실망스럽다”면서 “피자헛이 한국에서만 어드민피를 부과하는 등 차별적 정책을 펴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도 법원이 판단하지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가맹점을 처음 시작하는데 들어가는 돈이 상당하다”면서 “투자금 회수도 못하고 계약해지를 당하면 누가 책임 지냐. 사법부가 그런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A씨는 쌓여가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해 결국 매장 운영을 그만뒀다.

법원이 가맹사업법상 불공정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석회의 정책국장인 정종열 가맹거래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통상 가맹사업법상 불공정행위란 힘의 불균형에 의해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하게하거나 영업활동을 구속· 제한하는 행위를 말한다”면서 “이번 피자헛 사건도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라고 본다. 공정위의 판단도 아쉬웠다”고 말했다.

정 가맹거래사는 “어드민피를 부과하는 것은 사실상 로열티를 올리는 것이고, 이는 점주들에게 계약조건이 불리하게 변동되는 것”이라며 “누구라도 흔쾌히 동의하진 않았을 것이다. 법원이 가맹점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다소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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