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페미협회 회원들이 남성범죄는 과장하고 여성범죄를 은폐하고 있다며 여가부 해체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무고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청와대가 ‘현행법의 엄정한 적용’이 우선이라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현행법상 무고죄의 형량이 타국 사례와 비교해 결코 낮지 않기 때문에 특별법 제정보다는 엄정한 법 집행으로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19일 답변에 나선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각국마다 무고죄의 구성요건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단순비교는 어려우나, 우리나라의 무고죄 법정형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실제로는 그렇게 중하게 처벌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7년 무고로 입건된 사람은 1만219명이었으나 기소된 건수는 18%인 1,848건이며 이 가운데 구속은 5%에 불과한 수준이다. 또한 기소가 되더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비율이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량도 징역 1년 안팎이 대부분이고, 초범인 경우 집행유예나 가벼운 벌금형에 그치는 게 사실이다.

법정형에 비해 양형기준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형법 156조에 규정된 ‘무고죄’의 형량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하지만 현재 법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무고죄의 양형기준은 일반무고죄의 경우 6월 내지 2개월, 가중되더라도 1년 내지 4년으로 설정돼 있다. 무고로 인한 피해자의 고통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인식이 자리한 이유다.

무엇보다 무고의 입증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피의자가 ‘혐의없음’ 처분을 받는 경우, 무고죄 역시 입증할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아서 적용할 수 없다. 고소 내용이 어느 정도 사실에 기초한 상태에서, 정황을 다소 과장한 행위 역시 무고죄로 처벌할 수 없다.

박 비서관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무고죄의 양형기준이 법정형에 비해 낮게 설정돼 있는 점도 무고죄의 형량이 중하지 않은 원인이 될 수 있다”며 “무고로 인한 피해가 크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 경우 초범이라도 실형을 구형하는 등 중하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개선해 ‘아님말고’ 식의 고소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양형기준을 개선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이 됐던 ‘성폭력 수사매뉴얼’도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성폭력 수사매뉴얼’은 성폭력 관련 수사절차 일반을 규정한 내부 업무처리 지침으로, 성폭력 사건 수사종료까지 성범자 피해자에 대한 무고와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고소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도록 돼 있다. 청원인은 이 같은 매뉴얼이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법 앞의 평등, 자유권 등의 침해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비서관은 “원 사건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정한 후에야 무고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원칙을 그대로 유지하되, 2차 피해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히 강조한 것”이라며 “무고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성폭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먼저 명확히 하라는 수사의 일반원칙을 규정한 것으로 평등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무고죄 특별법 제정’ 청원 배경은 ‘미투’ 운동의 사회적 전개에 대한 반작용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수사과정에서 이미 성폭행범으로 낙인찍혀 억울하게 삶이 파괴된 사례들이 알려진 것이 직접적인 계기다. 비록 전체 성폭행 사건 규모와 비교하면 무고는 미미한 수치였지만, 일부에서는 ‘미투 공포증’이 과도하게 확산되기도 했다. 이번 청와대 청원에서는 ‘무고죄 특별법 제정’에 24만618명, ‘대검 성폭력 수사매뉴얼 개정 반대’에 21만7,143명이 각각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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