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출범 주역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가 모두 2선으로 후퇴한 가운데, 당의 진로에 대해 당내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바른미래당 출범 주역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도 6·13 지방선거 참패로 물러났다. 당의 '핵심동력'이었던 두 사람이 모두 2선으로 후퇴하면서 제3당인 바른미래당의 존속문제 뿐 아니라 재기 가능성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안-유' 두 전직 대표가 없는 바른미래당의 행보로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새로운 인물 혹은 '안-유'의 뜻을 이어받은 '대리인'이 당 전면에 나서거나, 집단지성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정당으로 가거나, 혹은 끝내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하고 '결별' 수순을 밟는 시나리오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바른미래당이 다시 갈라지는 등 대대적인 야권재편 시나리오가 거론된 바 있다.

19일 바른미래당 원외비상대책모임(가칭)이 개최한 '안철수-유승민 없는 바른미래당 가능한가' 토론회에서 두 사람이 없어도 당 운영이 가능하며, 인물 중심에서 시스템 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토론회 발제에 나선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바른미래당의 정강정책은 매우 훌륭하다"라며 "평화문제나 선거제도 개편, 최저임금 등에 대해 국민 다수가 원하는 것을 정강정책에 품고 있다. 이걸 제대로 얘기하면 얼마든지 주목받을 수 있고, 제3당으로 우뚝 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 당의 정체성은 개혁"이라며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구호가 변화와 개혁이다. 진정성 있는 당이라는 걸 실제 이슈에서 보여주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유'라는 인물중심이 아닌 정강정책에 기반해 행동으로 옮기면 지지도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권오을 전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바른미래당이 '안-유'의 리더십 공백을 어떻게 매울 수 있을지, 그것이 가능할 것인지는 9·2 전당대회 이후 누가 선출돼서 어떤 스탠스로 행동할 것이냐에 따라 달라진다"라면서 "(차기) 당권은 '안-유'의 리더십만 봐서는 안 된다. 당무에 대해서는 제도화된 리더십을 확립해야 한다"라고 인물 중심 정치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했다.

문병호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도 "스타 정치인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 정당으로 가야 한다"라며 "셀럽(유명인)에 기대는 정치보다는 노선과 정책에 기초한 정치, 당과 시스템, 가치와 노선 콘텐츠에 입각한 당으로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안-유'는 중요한 자산이지만 둘에게 매몰돼선 안 된다"라며 "두 분이 안 계시는 게 약이 될 수 있다. 이 기회를 잘 살려 콘텐츠가 충실한 당으로 발전하면 바른미래당에 더 큰 기회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미래당 (가칭)원외비상대책모임, 정운천, 오세정 의원이 공동주최해 열린 '안철수, 유승민 없는 바른미래당 가능한가?'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이들은 또한 이처럼 당이 혁신을 거쳐 살아나기 위해서는 당 의원들이 치열함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문 전 최고위원은 "아직도 당에 치열함이나 절실함이 보이지 않는다. 비상대책위원회라지만 비대위 상황 같나"라고 반문하며 "절실함이 없는 사람들이 비상상황을 주도하고 있으니 이 비상상황을 잘 이겨낼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국회의원의, 국회의원에 의한, 국회의원을 위한 당이 됐다. 바른미래당 정체성은 국회의원당"이라며 "자기 정치적 운명과 당을 일치시키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권 전 최고위원도 "죽거나 살거나 바른미래당에서 승부를 내야 한다"라며 "이 당에서 안 되는 논리를 다른 정당에서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일갈했다. 지방선거 참패로 원외지역위원장을 비롯해 당내에서 일고 있는 탈당 기류를 경계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스스로 몸을 괴롭히지 않은 상태에서 바른미래당이 나갈 길은 없다. 우리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며 "죽기 살기로 모든 것을 던져야 승부수가 나오는데 세월아, 네월아 하면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현역의원인 하태경 의원은 '안-유'를 정의당의 '심상정-노회찬'과 같은 존재로 평가했다.

아울러 유 전 대표는 당 활동을 통해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유학에 나서는 안 전 대표는 미래 메시지를 내고 당은 이를 입법화하는 방향으로 갈 것을 제안했다.

또한 "두 대표가 아예 미디어에 나타나면 안 된다는 입장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전당대회를 통해 형성되는 새 지도부는 '안-유' 전 대표와의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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