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용이 11년 만에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임창용은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투수다. 특유의 투구 폼과 ‘뱀직구’라 불리는 공을 앞세워 마무리투수로 큰 족적을 남겼다.

해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1995년 데뷔한 그는 이듬해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1996년과 1997년 해태 타이거즈 우승에 기여했다. ‘창용불패’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때부터다. 1998년엔 당시 역대 최다인 34세이브를 기록하며 최연소 마무리왕에 오르기도 했다.

1999년 대규모 트레이드로 삼성 라이온즈에 합류한 뒤 임창용은 더욱 강력해졌다. 1999년 38세이브로 기록하며 자신이 세운 한 시즌 최다기록을 곧장 갈아치웠고, 2000년에도 30세이브를 기록하며 3년 연속 3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라는 평가에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 그가 변신을 꾀한 것은 2001년이다. 선발로 보직을 변경한 그는 전혀 다른 역할에도 완벽하게 적응했다. 첫해 14승을 올렸고, 2002년엔 17승, 2003년엔 13승을 올렸다. 2004년엔 다시 마무리로 자리를 옮겼는데, 36세이브를 기록하며 ‘명불허전’의 활약을 펼쳤다. 어디에서든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투수로 우뚝 선 것이다.

그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2004년 말부터 서서히 난조를 보이더니 2005년엔 선발투수로서 5승 8패 평균자책점 6.50으로 데뷔 이후 최악의 성적을 남겼다. 그동안의 맹활약이 후유증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임창용은 2005년 시즌 도중 팔꿈치 부상을 당했고,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이로 인해 2006년은 재활로 보내야했고, 1경기 출전에 그쳤다. 2007년엔 다시 선발투수로 나섰으나 5승 7패 평균자책점 4.90으로 아쉬움을 남기고 만다. 그의 나이도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고, 그렇게 임창용의 전성기는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임창용은 그대로 저물지 않았다. 새로운 동기부여를 위해 일본 진출을 모색했고, 야쿠르트 스왈로스에 합류하게 됐다. 부활의 시작이었다. 2008년 33세이브로 과거의 위상을 되찾은 그는 2009년 28세이브, 2010년 35세이브, 2011년 32세이브를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임창용의 도전은 끝이 없었다. 2012년 팔꿈치 부상을 당한 그는 당시 30대 중반이 넘는 나이로 부상회복과 재기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그는 꿈의 무대인 미국으로 향했다. 노장의 나이에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그는 루키리그부터 차곡차곡 실력을 선보였고, 마침내 메이저리그에 승격하는 기적을 썼다. 비록 그의 메이저리그 생활이 오래가진 못했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이었다.

일본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만드는데 성공하고,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은 그는 더 이상 여한이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임창용의 야구인생은 거기가 끝이 아니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고 2014년 31세이브, 2015년 33세이브를 기록하며 제3의 전성기까지 만들었다.

이렇게 유종의 미를 향해가는 듯했던 임창용의 야구인생은 예상치 못한 굴곡을 만난다. 2015년 정규시즌이 끝난 뒤 불법 해외도박 사실이 드러나며 야구인생 최악의 오점을 남긴 것이다.

이 일로 시즌 절반에 해당하는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임창용은 고향팀인 기아 타이거즈로 돌아오며 “야구로 용서를 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2016년 34경기만 소화하며 15세이브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고, 지난해에도 51경기에 출전하며 기아 타이거즈의 우승에 기여했다. 비록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지만, 그의 경험은 기아 타이거즈에게 큰 자산이었다.

올 시즌에도 임창용은 25경기에 등판해 2승 1패 4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 중이다. 팀이 다소 아쉬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그나마 불펜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선수가 임창용이다.

그런 임창용이 또 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바로 선발투수다. 김기태 감독은 20일 kt 위즈와의 홈경기에 임창용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임창용의 마지막 선발 등판은 무려 2007년 9월 30일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없어진 현대 유니콘스가 마지막 선발 상대였다. 11년, 3,946일 만의 선발 등판이다. 기아 타이거즈 소속으로 선발 등판하는 것은 무려 22년 만이다.

도전의 끝을 모르는 임창용. 선발투수로서 돌아올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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