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문제와 관련한 한반도 정세 점검차 미국을 방문하는 여야 5당 원내대표(정의당 노회찬(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성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귀빈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을 잡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과거 제안했던 대연정(大聯政)이 정치권 화두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정부에서 실패했던 '대연정' 사례를 언급하면서다.

두 대표의 이날 만남은 일단 '협치'를 강조한 정도로 끝났지만, 대연정이 실제로 이뤄질 경우 정치적 입지가 가장 곤란해지는 것은 바른미래당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른미래당은 한국당과도 거리를 두고 있고,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에 대한 '범여권연대'에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같은 대연정이 야권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추 대표는 김 위원장을 만나 "신뢰를 놓친 보수가 빨리 신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당 선장이 필요했다"라며 "때에 맞춰 김 위원장이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기대가 크다"고 김 위원장을 격려했다.

추 대표는 "김 위원장이 노무현 정부에 참여해 여러 역할을 해줬는데, 그 당시 국회와 청와대가 많은 대립과 갈등이 있었다"며 "노 전 대통령께서 하다못해 대연정이라도 해보고자 크게 마음 열고 제안한 배경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이 국정 파트너로서 해야 될 일이 많은 것 같다"며 "(야당의) 견제가 견제로만 끝나선 안 되고, 건전한 견제를 통한 대안 물색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제가 노무현 정부에서 일할 때도 실제 여야 갈등 등 중요한 사항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못하고 해서 (노 전 대통령이) 대연정이라는 큰 카드를 꺼냈다가 야당이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했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라며 "(대연정 제안 실패에 대해) 그냥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아프게 안고 있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2005년 노 전 대통령은 야당인 한나라당(現 한국당)에 "지역 구도를 해소하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 문화를 만들자"며 "필요하다면 권력을 통째로 내놓겠다"고 했다. 총리지명권과 내각 구성권을 야당에 주고 연립 정부를 구성하자는 제안이었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비판하는 등 강하게 반대해 결국 대연정은 무산됐다.

대연정이 성사되면 일단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해야만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국회 선진화법이 사실상 무효가 된다. 민주당(129석)과 한국당(112석) 의석만 합쳐도 241석으로 5분의 4 규모다. 여기에 평화당(14석), 평화당에서 활동하는 바른미래당 소속 비례대표(3석) 및 독자노선(1석), 정의당(6석), 민중당(1석), 여권 성향의 무소속(2석)과 문희상 국회의장 등을 합하면 270석에 가깝다.

바른미래당은 최근 한국정치 개혁의 일환으로 국회선진화법 폐지, 개헌, 선거제 개혁 등을 제안했다. 정치개혁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의도지만, 대연정이 성사되고 선진화법이 무효화되면 사실상 26석인 바른미래당 '패싱'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0일 만난 자리에서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실패했던 '대연정' 사례를 거론했다. 대연정이 성사될 경우 제3당인 바른미래당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정치권 관측이 제기된다. <뉴시스>

그렇다고 다른 분야에서 바른미래당이 강한 존재감을 내는가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부터 회의적인 시각들이 나온다.

문병호 전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전날 토론회에서 "아직도 당에 치열함이나 절실함이 보이지 않는다. 비상대책위원회라지만 비대위 상황 같나"라며 "절실함이 없는 사람들이 비상상황을 주도하고 있으니 이 비상상황을 잘 이겨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바른미래당 한 현역 의원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난민이나 안보, 경제 등 산적한 현안에 대해 당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감을 못잡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당의 낮은 존재감은 6·13 지방선거가 끝난지 한 달이 넘었음에도 한 자릿수에 머무는 당 지지도로도 나타났다.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공개한 정당지지율에 따르면 바른미래당은 6%로 조사됐다. 민주당이 48%로 가장 높았고 이어 한국당·정의당 10%, 민주평화당 0.4%로 나타났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층은 24%였다. <조사기간 7월17~19일. 조사대상 전국 성인남녀 1,002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응답률 14%.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만 대연정 시나리오가 당장 궤도에 오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 남북관계, 각종 쟁점법안 및 인사청문회 등을 앞두고 있어 여야 간 신경전이 예상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병준 위원장도 비공개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꼭 연정이라고 하기보다는, 정치권이 협력해 우리 사회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기본적이라는 얘기"라고 대연정 실현성에 대해서는 다소 거리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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