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총 32년의 형량을 받게 됐다. 형이 확정될 경우 100세를 바라볼 때 만기 출소하게 된다. 때문에 사면론이 제기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법정 출석 거부는 여전했다. 법원의 선고가 내려지는 기일조차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지난해 4월 국정농단 사건의 1심 선고에 이어 20일 열린 국정원 특활비 수수 및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한 1심 선고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은 것.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 독방을 지켰다. 이유는 건강 악화를 내세웠다. “사법권을 부정하고 재판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판 결과에도 큰 관심은 없어 보였다. 체념이었다.

그럴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1심에서 선고받은 징역형만 24년이다. 올해 66세의 나이를 생각하면 종신형과 다름없다. 하지만 검찰은 항소심을 통해 1심에서와 같이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일종의 괘씸죄였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10월 이후 단 한 차례 법정 출석도 하지 않았다”는 점과 “국민들을 상대로 진정어린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보인 적 없다”는 점을 질타했다. 반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줄곧 정치보복을 주장해왔다.

◇ 담당 교도관도 놀란 ‘한결같은 모습’

상황은 더 나빠졌다. 국정원 특활비 수수 및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한 1심 선고에서 각각 징역 6년과 2년이 선고됐다. 이로써 국정농단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1심에서 선고된 옥살이가 무려 32년이다. 형이 확정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은 100세를 바라볼 때 만기 출소하게 된다. 현재로선 대통령의 사면권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물론 사면도 희망사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단독 사면권을 제한하기 위해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의 개헌안을 내놨다.

석방 가능성이 멀어지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관심은 건강으로 국한되는 모양새다. 허리 디스크로 통증 치료를 받고 있는 만큼 독방에서도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을 배우기 위해 관련 책을 구입했다. 지난달 27일에는 호송차를 이용해 구치소 밖 강남성모병원을 다녀가기도 했다. 구치소 측은 다소 난감한 표정이다. 알려진 것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은 입소할 당시와 비교해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것. 도리어 수감 생활 1년이 넘도록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 담당 교도관들이 놀랄 지경”이라는 게 구치소 측의 설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에 이어 국정원 특활비 수수 및 공천 개입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도 생중계됐다. 정작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아 주연 없는 생중계가 됐다. <뉴시스>

때문일까. 일각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집스런 모습이 화를 더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에서 밝힌 것처럼 “비록 대통령이 특별한 지위라고 해도 한국 국민으로 형사사법 절차에 임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일체 거부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정론조차 얻지 못했다. 사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루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을 앞두고 재판부 앞으로 접수된 1,000여통의 탄원서가 얼마나 효력을 가져올지는 미지수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을 포함해 국정원 특활비 수수 및 공천 개입 혐의 모두 부인하고 있다. 재판부는 일부 수용했다. 삼성그룹의 재단 출연금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등에 적용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또 국정원이 청와대에 지원한 특활비에 대해서도 뇌물이 아닌 예산 전용으로 보고 뇌물수수 혐의는 무죄, 국고손실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판 결과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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