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이 한국산 자동차를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의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즉석에서 배석자들에게 검토를 지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안보 침해가 인정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및 수입물량 제한 등의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근거조항이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는 안보를 이유로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었다. 다행히 한국산 철강은 당초 부과대상에 있었다가 호주, 브라질과 함께 제외된 바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경쟁력 약화로 치명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가지 점을 들어 부과대상에 제외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대미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중국, 일본, 멕시코 등과 비교해 한국의 흑자폭이 크지 않으며 또한 매년 줄어들고 있다는 점, 그리고 대미 자동차 수출의 51%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이라는 점 등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미국 현지에서 51%가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 노동자들의 고용이 높아지고 있다. 그 점을 (무역확장법) 232조 예외를 적용하는데 참고해달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요청을 고려해 배석자들에게 “검토를 해보라”고 지시했다. 한국이 철강제품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전례가 있는 만큼,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 방안과 함께 한미 FTA 서명식이 이뤄졌다. 기존 한미 FTA 협정의 취지를 유지하면서 각각의 명분과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다. 미국은 픽업트럭 관세 25%를 20년 더 유지하기로 했다. 또한 미국 안전기준을 만족하면 한국 안전기준을 만족한 것으로 간주하는 물량쿼터를 제작사별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늘렸다. 다만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에서 픽업트럭이 차지하는 비율이 많지 않고, 미국산 자동차의 국대 판매량이 1만대 이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다. 일본을 겨냥한 성격이 강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우리는 독소조항으로 여겨졌던 ISDS(투자자·국가분쟁해결) 제도를 개선하는데 성공했다. 한미 FTA와 다른 투자협정을 동시에 활용해 제소할 수 없고, 또한 소의 이익이 없거나 근거가 약하다고 판단될 경우 ‘각하’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서명식을 마친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경제 영역으로까지 확장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며 “양국이 개정된 한미 FTA의 정신을 잘 살려나간다면 상호 교역과 투자를 확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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