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작가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으로 글로벌 시청자를 찾는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이수연 작가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으로 글로벌 시청자를 찾는다.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비밀의 숲’ 시리즈, ‘라이프’ ‘그리드’까지 남다른 필력으로 장르물의 새 역사를 쓴 이수연 작가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지배종’으로 돌아온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세계관과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로 시청자를 매료할 전망이다. 

‘지배종’은 새로운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연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한효주 분)와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퇴역 장교 출신의 경호원 우채운(주지훈 분)이 의문의 죽음과 사건들에 휘말리며, 배후의 실체를 쫓는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다. 

이수연 작가가 극본을 맡고, ‘그리드’ 박철환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인공 배양육’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바탕으로 서스펜스와 스릴을 모두 잡으며 새로운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기에 배우 주지훈‧한효주‧이희준‧이무생 등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을 구축, 기대를 더한다. 

이수연 작가는 최근 디즈니+가 공개한 인터뷰를 통해 신선한 소재를 택한 이유부터 기획 의도, 전작과의 차별화 포인트 등 ‘지배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음은 이수연 작가의 일문일답이다.

-‘배양육’이라는 한 번도 다뤄진 적 없었던 소재를 택했다. 집필 계기와 기획 의도가 궁금하다. 

“배양육이란 소재를 선택하게 된 건 나의 개인적인 바람에서 비롯됐다. 동물을 안 잡아먹어도 되고 식량 생산을 위해서 숲을 밀어버리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렇게 되면 수많은 농축산업 종사자분, 도살장부터 사료업체까지 미칠 영향도 매우 크겠구나, 그렇지만 피할 수 없는 매우 근미래의 일인데, 어떻게 될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비밀의 숲’을 통해서는 검사의 세계를, ‘라이프’에서는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문제를 다뤘다. ‘지배종’​의 전작과 다른,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 

“표면적으로 가장 큰 차이점은 이전 작품들은 현실에 기반을 둔 것이었고 ‘지배종’은 아직 오지 않은 2025년이 배경이란 점이다. 대본을 쓴 건 2022년 말에서 2023년 초에 걸쳐서였으니까 그때는 3년 정도 후의 일이었다. 매우 가까운 미래이기 때문에 SF 장르까지는 아니고, 환경적 이상향 하나가 실현된 이후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우채운 캐릭터를 만들 때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인가. 또 주지훈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어땠나.

“가장 중점을 둔 점은 한마디로 ‘채운이 멋있어 보였으면 좋겠다’였다. 채운이 멋있게 보이는 게 중요했다. 과거의 아픔과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 현재, 군인에서 경호원이 된 직업적 특성, 이런 설정에서 풍겨 나오는 매력이 필요했다. 그러나 설정보다 강한 게 캐릭터를 연기할 배우의 매력이다. 그래서 주지훈을 처음 봤을 때 ‘꼭 해야 하는데’란 마음이 들었다. 미팅 자리에서 액션 동작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배우가 갑자기 일어난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우와 채운이다, 꼭 저 배우가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외형적인 인상이 짙었다면 한 회 한 회 대본을 써가는 진행 과정에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줘서 캐릭터를 완성하는데 덕을 많이 봤다.” 

‘지배종’으로 뭉친 주지훈(왼쪽)과 한효주.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지배종’으로 뭉친 주지훈(왼쪽)과 한효주.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윤자유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무엇일까. 한효주의 캐스팅에 대한 생각도 궁금하다. 

“윤자유의 키워드는 ‘전진’이다. 윤자유는 전 세계 배양육 시장의 지배자이기 때문에 전 세계 1차 산업 종사자들한텐 원수 같은 인물이다. 그래서 ‘자유’를 증오하고 해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성공을 질투하는 사람들도. ‘자유’는 본인을 향한 거센 도전이 있다는 걸 잘 알고 그럴만한 이유도 충분하다는 것도 알지만 그럼에도 오로지 전진하는 인물이다. 고뇌하고 공감하되 늘 앞만 보고 전진하는 이미지만 품고 윤자유를 썼다.

한효주의 첫인상이 굉장히 강렬했다. 실제로 만났을 때 ‘단단하다’란 느낌을 받았다. 그때 한창 역할 때문에 운동을 많이 하실 때이기도 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흔들리지 않는다’ 느낌이 있었다. 윤자유가 세계적인 그룹의 수장이라고 해서 무조건 터프하고 강하기만 한 인물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뱃속을 지닌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배우 자체가 가진 그 면이 상당히 강하게 다가왔다. 그때의 이미지가 이후 윤자유를 써 나가는 데 기본 받침이 됐다.”

-우채운과 윤자유는 처음 의심으로 관계가 시작되지만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 연민과 신뢰로 확장되는 서사를 가지고 있다. 두 캐릭터의 서사를 만들 때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은 무엇인가.  

“윤자유와 우채운은 서로 필요에 의해서 얽히게 된 인물들이다. 의도를 가진 인물들이고 또한 고용인과 고용주의 관계이기 때문에 최대한 이 균형을 유지하며 쉽게 가까워지지 않기를 바랐다. 감정 교류를 일정 기간 차단하고 서로 끊임없이 의심하고, 합을 이루기 전에 먼저 힘을 겨루는 단계가 먼저인 관계로. 그럼에도 올바른 목표를 향해 굳건히 나아가는 사람들이니 점차 서로를 신뢰하게 되는데, 그 과정이 설득력을 갖는 게 중요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시청자가 ‘저 두 사람이 빨리 서로를 잘 알게 됐으면 좋겠다, 한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거다. 그것이 두 사람 관계의 이상향이다.”

-다양한 기술들이 총망라된 BF 그룹을 비롯해 인공지능 AI 장영실 등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프로덕션도 인상적이다.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비주얼적으로 구현해내기 위해 제작진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비주얼, 미술적인 부분은 전문가분들이 힘을 쏟아 줬으니 내가 보태서 말할 건 많지 않았다.  다만 일하는 공간이 평등하단 느낌을 주길 바랐다. 보스 윤자유와 그 밑에 연구원들이란 상하관계가 아니라 그들은 비슷한 공간에서 일하고 연구한다는 느낌. 그것이 윤자유의 캐릭터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그러나 회사 외형상으론 어마어마한 캠퍼스라는 게 구현되길 바랐다. 욕심내서 표현하자면, IT회사 대표들이 옷차림은 장롱 밑바닥에 구겨져 있을 것 같은 티셔츠나 입고 다니지만 그들 회사는 엄청난 것처럼 말이다.”

-가장 좋아하시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3회 말에 우채운이 1대 17로 싸우는 장면이다. 대본에는 그렇게 쓰지 않았지만 촬영 현장에서 나온 그림 중에 어둠 속에서 채운이 손만 보이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액션이라는 건 아무리 글로 묘사하려 해도 실제 연출과 촬영, 연기를 따라갈 수 없구나 라는 걸 깨닫게 해준 장면이다.”

-‘지배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나. 

“전진이다.”

-‘지배종’을 기다리고 있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한 가지다. 많이 보셨으면 한다. 화제작이 되고 인기작이 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만드는 과정을 본 나로선 이렇게 많은 분이,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분들이 모두 모여서 마음을 모았으니 그 결과가 많이 전달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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