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8일 부산 사진 실내 체육관에서 진행된 ‘기가지니’ 체험 프로모션.< KT 제공>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인공지능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가운데, KT의 사업전략에 뒷말이 무성하다. IPTV 셋톱박스 형태로 출시하면서 유료방송 가입자들에게 저렴하게 제공한 것. 고객 입장에선 나쁘진 않지만, 신성장동력으로 추진되는 인공지능이 벌써부터 결합상품의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동통신3사는 올해 음성인식 인공지능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각 사별로 인공지능 관련 별도부서를 신설해 기존 상품의 강화 및 신규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가장 앞선 곳은 SK텔레콤으로, 이들이 지난해 9월 출시한 ‘인공지능 비서 누구’는 월 평균 1만대 가량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KT는 지난 1월 IPTV 셋톱박스 기반의 ‘기가지니’를 공개했고, LG유플러스는 올해 내 관련기기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 중 KT의 시장 진출전략이 눈길을 끈다. KT가 출시한 ‘기가지니’는 스피커 형태의 음성인식 인공지능 기기로, 아마존, SK텔레콤의 제품과 유사하다. 즉, 사용자의 말을 인식하고 그에 맞는 결과물을 출력하는 형태다. KT는 여기에 자사의 IPTV 셋톱박스 기능을 추가했다.

특징은 셋톱박스 기능을 추가하면서 IPTV 고객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점이다. 기가지니의 단품가격은 29만원이지만, IPTV 고객에겐 3년 약정기준 월 임대료 6,600원 수준으로 제공된다. 기존 UHD 셋톱박스 사용료(4,400원)에서 2,200원만 추가부담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에 고객들은 낮은 비용에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KT는 시장선점을 보다 빠르게 할 수 있다.

KT는 이와 관련 “(연간) 셋톱박스 판매만 120만대가 넘는다”며 “가입자를 충분히 확보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KT의 이 같은 전략에 비판도 나온다.

국내 이통사들은 2014년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 실시 이후에도 성장세를 보이지만, 이는 마케팅비 절감의 영향이 크다.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수년 째 포화상태며, 가입자당 월평균 사용료(ARPU)도 정체현상을 보여 수익률 개선이 어려운 실정이다. ‘인공지능 사업’ 등의 추진은 이 같은 배경에서 시작된 것으로, 이통사들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다.

하지만 KT가 IPTV와 결합함으로서 또 다시 치킨게임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인공지능 서비스가 기존 상품의 부속품으로 전락되면서 다양한 사업자들의 참여가 힘들어지고, 발전동력도 부족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KT는 그간 ‘이통시장 1위인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 전이’를 비판해왔다. 유료방송시장 1위인 KT도 이번 전략으로 SK텔레콤과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인공지능 시장은 개화하지 않았다”며 “과도한 경쟁보다 판을 키우고, 실제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KT관계자는 이에 대해 “출시된지 얼마안된 상품이고, 새롭게 시도된 융합상품인 만큼 우려의 시각으로 보는 건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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