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성숙 네이버 대표.<시사위크>
[시사위크|부산=장민제 기자]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24일 망중립성과 관련해 ‘재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갈등으로 촉발된 망중립성 논란이 국내 인터넷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한성숙 대표는 이날 부산 센텀시티에서 열린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개소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기업과 정부가 (망중립성 관련해) 정확한 스타트라인을 만들면 어떨까 한다”고 밝혔다.

망중립성은 전기통신망이 모든 이들에게 차별 없이 제공돼야 한다는 논리다. 일부 국가에선 ISP(인터넷서비스 공급자)가 CP(콘텐츠 공급자)에게 통신망을 전적으로 무료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SP는 CP덕에 요금을 내는 사용자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에선 동일 트래픽 동일 요금의 원칙을 내세운다. 여기엔 ISP들의 재원으로 설치한 인터넷망에 CP들이 편승해 수익을 올린다는 논리가 적용된다.

하지만 최근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의 접속을 일부 제한했다는 의혹과 SK브로드밴드에게 캐시서버 무상운용을 요구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또 이 과정에서 유튜브는 국내에서 캐시서버를 운영하면서도 요금을 적게 내거나 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 생산업체들은 트래픽 발생량만큼 통신사들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발생한다. 이에 방통위는 지난 22일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그러나 한성숙 대표는 “최근 전해지는 상황은 유튜브는 (망사용료를) 안내고 페이스북은 못 내겠다고 한다”며 “네이버는 왜 돈을 내서 나쁜 선례를 만들었냐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정부 입장은 불분명하다. 저희는 (망사용료를) 내고 있고, 더 낼 여력도 있지만, 스타트업들은 그렇지 않다. 협회 입장에서 정부, 통신사 등과 얘기 할 부분은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망중립성 정책이 스타트업에 부적절한 면이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한 셈이다. 여기엔 국내 규제 때문에 CP들의 성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망사용료 부담이 없는 유튜브가 고화질 콘텐츠 등으로 크게 성장하는 동안, 국내 아프리카TV, 네이버, 다음 등은 트래픽 부담에 발목 잡혔다는 게 업계의 정서다.

다만 일각에선 CP사업자의 망사용료를 무료로 하기엔 시대가 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 사용료를 받는 이용자 수는 한정된 반면 데이터 트래픽은 급증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즉, ISP로선 요금수익이 늘지 않는데도 망 투자를 더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는 뜻이다.

이에 망중립성을 일정부분 유지하되, 스타트업들에 한해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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