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 주가 조작 사건’ 당사자인 김경준 씨가 만기출소 후 국내 언론과 자신의 SNS를 통해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폭로를 이어가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10년 만이다. 2007년 17대 대선을 앞두고 논란이 됐던 ‘BBK 주가 조작 사건’이 수면 위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미국으로 강제추방된 김경준 씨가 ‘입’을 열기 시작한 것. 그는 BBK투자자문회사 대표를 지냈다. 한때 잘나가던 투자 전문가였으나, 해당 사건으로 재기불능에 빠졌다. 법원으로부터 징역 8년과 벌금 100억원을 선고받았다. 여기에 노역형까지 더해져 무려 9년4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 김씨는 억울했다. 옥중에서 자서전 ‘BBK의 배신’을 펴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만기출소한 김씨는 미국 LA에 도착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차후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실제 그는 활발하게 움직였다.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피하지 않았고, 자신의 SNS를 통해 사건에 대한 폭로를 이어갔다. 김씨가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을 종합하면, 핵심은 세 가지다. BBK투자자문회사 실소유주가 이명박(MB) 전 대통령이고, 사건을 담당한 김기동 검사가 MB의 연루 사실을 알면서도 무마하려 했으며,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기획입국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 ‘검찰 무마’ 김기동, ‘MB 공범’ 이진영, ‘기획 입국’ 유영하

특히 김씨는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조사를 시작한지 3일째부터 김기동 검사가 회유·협박을 일삼았다는 것. 2010년 8월에 만난 변호사의 ‘접견표’와 ‘동태시찰 사항’ 문서를 그 증거로 내놨다. 접견표에는 변호사가 김씨에게 “(김기동 검사가)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으니 좋은 결과 기대해 보래. 9월24일까지 소식(국외이송신청)이 없으면 다시 제출해”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있다. 동태시찰 사항 문서에는 특수1부 1015호실 검사의 요청으로, 직원의 입회하에 가족들과 대화를 나눈 사실이 있음을 증명했다. 특혜를 준 1015호실 검사는 바로 김기동 검사의 후배 김양수 검사였다. 모두 허위 자백의 대가다.

김씨에 따르면, 검찰은 감형을 조건으로 BBK 사건에서 MB를 제외하는 진술을 유도했다. 이외에도 검찰은 MB를 옹호하는데 적극 나섰다. 김씨는 “김기동 검사가 LKe뱅크 주가조작 거래 행위들만 혐의에서 빼주겠다고 해서, 내가 왜 다른 거래들은 빼지 않느냐고 묻자 ‘빼면 좋은 것 아니냐’며 화를 냈다”면서 “MB 공범 사실을 은폐하기 위함이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김씨는 “BBK 정관에 MB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명시”돼 있음에도 자신을 정관 위조로 몰아세운 데 대해 억울함을 표시했다.

김경준 씨가 BBK와 관련된 MB의 금융거래 내역을 공개할 가능성을 알렸다. 문제가 된 BBK투자자문회사의 실소유주가 MB라는 증거다. <뉴시스>

물론 검찰 측은 김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이미 특검에서 사실 관계가 끝난 만큼 김씨의 주장은 허위라는 얘기다. MB 측도 입장이 다르지 않다. 검찰 조사, 특검 수사에 이어 대법원 판결까지 확정된 사안이라는 점에서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씨는 굽히지 않았다. 그는 “아직도 정확하게 기억난다”면서 검찰 조사 당시 김기동 검사의 딜레마를 설명했다. “우리가 MB를 기소해도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다. 그럼 검찰은 죽는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반대편에서 난리가 날 것이다.”

결국 사건은 김씨의 단독범행으로 마무리됐다. 김씨는 “어이없는 결론”이라고 반박했다. 상황에 따라 BBK와 관련된 MB의 금융거래 내역을 공개할 계획이다. BBK투자자문회사의 실소유주가 MB라는 증거다. 경우에 따라선 화살이 이진영 씨에게 향할 수도 있다. 그는  LKe뱅크, BBK, 옵셔널벤처스에 근무하며 자금을 관리했던 MB의 측근이다. 김씨가 회삿돈 284억원을 횡령해 미국으로 빼돌리는데 이를 송금한 담당자이기도 하다. 김씨는 “결제에 나의 사인이 없었다. 사회 평균인이라면 MB가 지시했다고 추론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목할 부분은 유영하 변호사의 등장이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을 맡고 있는 측근으로,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캠프 내 법률지원단장을 지냈다. 김씨는 유영하 변호사를 기획입국 실제 제안자로 지목했다. 아울러 유영하 변호사로부터 “미국 소송 변호사 비용으로 3억원 지원까지 약속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획입국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을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으나, 김기동 검사는 “민주당이 한 것에 대해 진술하라”며 무시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유영하 변호사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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