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임기보다 일찍 청와대를 나오면서 처분하지 못했던 물품들이 논란을 사고 있다. 재임시절 호화로운 관저 생활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있어야 할 것은 없고, 없어도 될 것은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고민을 요약한 말이다. 전임 정부에서 인수인계한 현황자료는 A4용지 10장에 불과한 반면 탄핵으로 임기보다 일찍 짐을 쌌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관저에 남긴 물품은 적지 않다. 일례가 침대다. 구매 당시 금액과 비교해 사갈 수 있었지만 관저에 두고 간 것은 사실상 버린 것과 다름없다.

청와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침대를 관저 접견실 옆 대기실로 옮긴 뒤 처분 방안을 검토 중이다. 쉽진 않다. 국가 예산으로 구매, 내용 연수(9년)가 정해져 있어 임의 폐기할 수 없다. 중고로 팔기엔 금액차가 크고, 숙직실이나 경호실에서 사용하기엔 호화롭다는 지적이다. 골칫거리가 된 침대의 가격은 2013년 3월 669만7,000원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 화장지함 4개 90만원, 몰카시계 구입 이유 납득 안 돼

이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침대 2개를 더 구매했다.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1월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물품 취득 원장’을 공개하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수위 시절 475만원에 달하는 침대를 산 뒤 취임 직후 문제의 침대를 구입한 데 이어 80만원짜리 침대까지 총 3개를 구매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정치권에선 윤전추 전 행정관이 80만원짜리 침대를 쓴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갖기도 했다.

윤전추 전 행정관은 유명 헬스트레이너 출신이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소개로 청와대에 입성한 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밀착 보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그는 ‘거울방’으로 불리는 거실과 가까운 곳에서 대기했다는 후문이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이 거실로 사용한 공간을 거울로 뒤덮었다. 이곳에서 윤전추 전 행정관의 도움을 받으며 운동을 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이후다. 거실 사방에 붙인 거울을 떼는 것도 문재인 정부에게 돌아갔다.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취임한지 사흘이 지나서야 관저에 짐을 풀 수 있었다. 통상 취임 다음날 관저에 들어가지만, 거울을 떼고 벽지로 마감하는 데 그 규모가 작지 않아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됐던 것이다. 논란은 계속됐다. 거울방으로 시작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치는 화장지함에서 정점을 보여줬다.

최민희 전 의원이 공개한 조달청 문서를 보면, 박근혜 정부는 당초 쓰레기통 4개 구매 가격을 90만2,000원으로 기재했다. 화장지함에 대한 물품 식별번호가 없어 임시로 쓰레기통이라고 적었다는 것.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혈세 낭비, 예산 전용 지적에 대해선 납득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시계형 몰래카메라 2개를 구입한 이유도 상식 밖이다. 대통령 면담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녹음기가 아닌 몰카를 굳이 선택한 점이 의문이다.

때문일까. 청와대는 전 사무실의 캐비닛과 책상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면서 몰카시계 찾기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농단의 핵심 증거들이 남아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던 것. 결국 행방은 찾지 못했다. 무단으로 폐기했거나, 누군가 손목에 차고 나간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곁을 지켰던 참모들은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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