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얼마 전 우리나라를 환하게 밝힌 ‘촛불’은 한국 민주주의 혁명의 아이콘이 되었다. 아울러, ‘촛불’이 불러일으킨 변화의 바람은 문재인 정부를 성립시키고, 질풍노도와 같이 적폐를 깨끗이 청산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에 진정한 민주주의 사회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것 역시 ‘촛불’은 민주주의의 발화를 상징한다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정치에의 무관심을 한꺼번에 일소하고 국회 등을 비롯한 기존 정치에의 감시의 끈을 늦추지 않게 한 것 역시 ‘촛불’이 아닌가 싶다.

이런 변화의 바람 앞에서 ‘블랙리스트’ 사건 등을 비롯한 ‘국정농단’으로 몸살을 앓았던 정부 각 부처 특히 문체부(도종환 장관)는 19일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새롭게 변신을 도모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국민적인 소망을 담은 그런 거대한 변화의 움직임 속에서 정부 부처와 소속 기관 및 산하기관 등 공공기관의 임직원들 역시 ‘적폐청산’을 비롯한 자정의 움직임에 참가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아무리 작은 기관이고 기관장의 급수가 낮은 곳이라고 해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벗어나거나 역행해서는 안되는 것이 ‘촛불시대’의 시대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이 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의 첫머리를 장식하게 된 것은 시대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기관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의 사의 표명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새 관장 임명은 그러한 시대적인 과제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시대적인 흐름에 아무리 작은 기관이라도 홀로 방패 뒤로 숨어서 ‘촛불’이 일으킨 바람을 피해서는 안된다. 과거 친일청산이 그러했듯이 ‘적폐청산’은 크고 작건 간에 반드시 모든 정부부처와 소속기관에 평등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정권에서 지원 보다는 간섭이나 군림으로 악명이 높았던 소속기관장들 일부는 여전히 용퇴를 하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기관을 위한다면 스스로 물러나 주는 것이 임명직 기관장의 의무는 아닐까. 정권이나 윗사람에게만 잘(?)하고 조직에서는 지나치게 간섭하며 군림했던 사람들은 특히 예외가 되어서는 안된다. 스스로 몰래 언론플레이나 하고 구명이나 연임을 위해 뛰고 있다면 이미 자격이 없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몇몇 기관장의 경우, 기관장 본인이 아닌 직원들의 의사결정체인 노조가 앞장서서 기관장 보호에 나서고 있다. 무려 3번이나 연임한 한 기관의 노조 위원장과 직원들은 ‘너무 오래하는 것 아니냐’는 외부인의 질문에 “우리 기관장은 지난 정권에서도 직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들어주고 노조와도 충분히 상생한, 흔치 않게 훌륭한 분”이라며 거꾸로 보호를 하고 나섰다.

비선실세가 국정농단을 하던 시절에도 ‘위’가 아니라 ‘아래’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면서도 군림하지도 않고 간섭하지도 않았던 민주적인 기관장은 계속해서 신임하여 ‘바람직한 우수 기관장’을 늘려야 한다. 오는 26일 오전 10시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은 심우용 노조위원장과 함께 서계동 서울사무소에서 ‘우수관리자 시상식’을 갖는다. 얼마 전 전 직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진 이 상은 누가 민주사회에 적합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기관의 대소사들은 규정상 물론 기관장이 결정할 권한을 가진다. 하지만 민주적인 사회에서는 절차를 통해서 직원들과 충분히 합의를 거쳐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군림이냐 지원이냐, 무엇이 중한지 아는 것이 기관장 평가의 가장 큰 덕목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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