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위원회가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국제적 금융규제 실적을 공개했다. 사진은 마크 카니 FSB 의장.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금융안정위원회(FSB)가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그간의 규제실행수준을 점검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21일 금융안정위원회가 발간한 ‘금융규제 개혁의 이행현황과 효과’ 보고서를 요약·소개했다. 금융안정위원회는 국제적 수준의 금융규제가 필요하다는 G20의 합의로 2009년 출범했으며 이번 보고서에는 금융위기 이후 시행된 금융규제정책들의 성과 분석이 담겼다.

◇ “금융위기 재발은 없다” 위험요인 집중마크

위기상황에 대한 금융체계의 회복력 제고는 금융안정위원회의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였다. 금융안정위원회는 2011년부터 매년 국제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대형은행들을 '국제 시스템적 주요은행(G-SIBs)'으로 선정하고 이들에게 타 은행보다 높은 자산건전성 기준을 부과해왔다. 대형은행의 안전성을 강화해 예상치 못한 금융충격에 대비함과 동시에 대형 금융기관은 쓰러지지 않는다는 ‘대마불사’ 인식을 해소하려 했다. 은행에게 더 높은 수준의 자기자본비율을 요구하는 ‘바젤3’ 제도 또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의 주범들로 뽑히는 파생상품과 그림자금융을 보다 공개적이고 제도화된 시장으로 끌고 나오려는 시도들도 중요하게 소개됐다. 장외시장(OTC)의 파생상품 거래가 가지는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2006년에 40% 언저리였던 중앙청산(장외파생상품의 거래위험을 기관이 인수하는 것) 비중을 2016년에는 80% 이상까지 끌어올렸다. 거래정보 공개를 통해 시장의 투명도를 제고하려는 노력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림자금융은 은행처럼 자금조달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비교적 투명성이 낮아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금융기관 및 상품의 총칭이다. 금융안정위원회는 그림자금융시장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와 감독을 진행해왔다고 밝히며 초단기 공사채형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규제사항을 대표로 제시했다. “규제개선과 특정 상품의 판매 금지 등의 조치를 통해 그림자금융의 위험성을 크게 낮췄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금융안정위원회는 국가별 행정당국에 제시한 정책의 완전시행과 관련자료 수집의 강화를 통해 추가적인 그림자금융의 발현을 방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개별 국가의 금융충격이 다른 경제시장으로 빠르게 파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국제적 금융규제 준수수준 또한 중요하게 다뤄졌다. 금융안정위원회는 “거의 모든 회원국들이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의 정책조언을 따랐다”며 높은 국제협력수준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금융주체 간 협력이 차익거래와 유동성·자금력의 위기를 감소시킨다는 분석과 국가 간 정보공유를 확대해 금융규제제도의 효율성과 실행력을 제고시켜야 한다는 제언이 잇따랐다.

◇ 초국가적 금융규제정책은 ‘그들만의 이익’인가

모두가 높은 수준의 금융규제를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 금융규제 협력이 시장의 개방성을 제약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개별국가의 금융장벽이 높아지면 국가 간 무역 및 금융거래를 통한 후생증가분이 감소할 수 있다. 금융안정위원회는 이에 대해 “국제경제의 통합기조는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다소 더뎌졌을 뿐 흐름이 역행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해외직접투자의 증가가 국제시장의 통합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증권시장은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7~2008년과 2010년대 초반에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금융안정위원회는 금융규제가 자금의 흐름을 둔화시킨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시장 유동성의 저하를 뜻하는 지표는 아주 제한적이다”며 선을 그었다. 유동성 지표로 사용되는 매도매수호가 스프레드는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일부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의 유동성을 높였다는 언급도 있었다.

강화된 금융규제가 신흥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선진국의 눈높이에 맞춘 금융규제들은 신흥국의 경제구조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시행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금융안정위원회는 “해당 규제들은 신흥국의 신용평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며 반박에 나섰다. 신흥국의 은행 대부 증가율 감소폭은 미미했으며 은행 외 금융기관의 역할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브라질 등 신흥국의 신용 성장률은 2013년을 기점으로 10%대에서 3%대로 떨어진 것이 금융안정위원회가 제시한 자료에 나타나 해석의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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