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물리학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역사는 대폭발 이후 약 138억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만일 지금에 이르기까지 낳아주신 부모님을 포함해 우주의 조건이 조금이라도 달라졌더라면, 우리는 현재 이 순간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의 힘을 빌려 설명할 필요도 없이 사람으로 태어날 확률이 거의 영에 가까운 우리는 지금 숨 쉬고 있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롭고 소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존재들에 대해 최근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헬조선’이니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는 논쟁은 무의미하겠지요.

그런데 비록 머리로는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온몸으로 체득해 그런 존재답게 살아가는 것은 별개이기 때문에, 그래서 누구나 자기성찰이 필요한 것입니다.

누구나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피상적으로 뒤돌아보면 후회스러운 일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 자신을 세밀히 되돌아보면 지금까지의 삶이 희유한 인연의 이어짐으로 오늘에 이르게 되었음을 누구나 어렵지 않게 자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자각을 바탕으로 현재 아무리 처한 상황이 어렵다고 할지라도 남은 생애 동안 일상 속에서 바르게 자기성찰의 삶을 치열하게 이어가며 ‘향상일로(向上一路)’, 즉 남과 비교할 수 없는 나만의 유일무이한 향상의 길을 걷다보면 언젠가 신비로운 존재에 걸 맞는, 통찰과 나눔이 둘이 아닌 ‘통보불이(洞布不二)’의 값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때가 반드시 올 것입니다.

덧붙여 만일 제대로 체득했다면 상대방 역시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역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에 휘둘리고 있는 이들의 갑질도 결코 일어날 일이 없겠지요.

여기서 ‘바른 성찰 태도’라는 뜻은 과거를 냉철하게 돌아보며 잘못된 점을 뼈 속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서원을 하고, 미래를 전망하며 일생을 바칠만한 가치가 있는 꿈과 목표를 세운 다음, 이의 실현을 위해 함께 더불어 있는 그 자리에서 온몸을 던져, 지금 이 순간 하고자 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입니다. 덧붙여 우리가 흔히 ‘공부가 향상되었다!’라고 하는데, ‘향상’은 본래 선가(禪家)에서 ‘마음공부, 즉 수행이 향상되었다’라는 용도로 쓰고 있는 선어(禪語)입니다.

이번 첫 글에서 소개하는 ‘수식관數息觀’ 성찰법(수를 세면서 숨을 쉬는 수행법)은 누구나 손쉽게 일상 속에서 스스로 성찰하고, 이를 통해 ‘향상일로’를 걷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초심자들은 집에서 이른 아침 기상하자마자 좌선 자세를 갖춥니다. 그런 다음 약 25분 정도 수식관 수행을 하고, 마칠 무렵 오늘 해야 할 시급한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는 하루 일과에 온몸을 던져 뛰어듭니다.

마지막으로 잠자리에 들기 전, 좌선 자세를 잡고 먼저 하루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수식관을 하다가 잠자리에 드는 것, 이것이 바로 ‘일상선(日常禪)’, 즉 일상 속에서의 ‘생활선(生活禪)’ 수행의 전부입니다. 얼핏 보면 매우 단조로운 것 같으나 직접 체험해 보면 그 효과를 누구나 크게 느낄 수 있습니다.

참고로 직장인의 경우 머리가 복잡해질 때마다 잠시 틈을 내어 의자에 앉은 채 허리를 펴고 같은 요령에 의해 단전호흡으로 수식관을 하노라면, 의학적인 연구결과 폐로 호흡할 때보다 신선한 공기가 3배나 많이 공급되기 때문에 머리가 맑아지며 곧바로 다시 일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물리학 분야와 자기성찰에 매우 효과적인 선수행을 통해 향상의 길을 걸어온 저의 지난 40여년의 체험을 바탕으로 성찰의 글들을 기고할 예정입니다. 그런데 제 이야기는 주로 과학 분야에 국한된 성찰의 글이겠지만 대부분 다른 전문직에 종사하고 계신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각자의 분야에 비추어보면서 함께 더불어 자신만의 독특한 향상의 길을 걸어가시기를 간절히 염원 드립니다.
 

‘수식관(數息觀)’ 성찰법

이번 첫 글에서는 향상일로를 걷기위한 그 첫걸음으로 누구나 손쉽게 일상 속에서 스스로 성찰하는데 가장 기초가 되는, 수를 세면서 숨을 쉬는 수행법이라는 뜻의 ‘수식관(數息觀)’ 성찰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저 허리띠를 풀어 허리를 느슨하게 한다. 그런 다음 방석 하나를 바닥에 깔고, 다른 방석은 반을 접어 엉덩이만 받치며, 허리를 펴고, 한쪽 다리만 올리는 반가부좌를 한다. 참고로 편한 쪽 다리만 올리지 말고, 늘 교대로 다리를 바꾸어야만 척추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이때 두 무릎은 아래 깐 방석에 안정되게 닿아야 한다. 그리고 두 손은 겹쳐놓되, 엄지손가락을 서로 붙이면서 계란모양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다리 위에 놓는다. 그런 다음 혀를 입천장에 넓게 붙이면서, 윗니와 아랫니를 가볍게 붙인다. 그런 다음 앞뒤, 좌우로 오뚝이가 된 기분을 가지고 흔들면서 바른 중심 자세를 잡으며 허리를 곧게 세운다. 끝으로 턱을 아래로 살짝 당기면, 눈은 코끝을 통해 본인의 앉은키에 맞게 1m에서 1.5m 전방을 주시하게 되는데, 초심자들은 눈을 살짝 감는다. 참고로 초심자의 경우, 처음에는 눈을 뜨면 주위가 산만해 집중이 잘 안되기 때문에 눈을 감고 하다가, 졸음이 오기 시작할 때 눈을 반쯤 뜨면 된다.

이제 이런 자세를 취한 다음 우선 아랫배[단전丹田]를 자연스럽게 집어넣으면서 숨을 한번 다 토해낸다. 그런 다음 의식을 집중해 마치 코앞에 공기 입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아랫배를 서서히 불리면서, 배가 다 불렀을 때, 공기 입자가 아랫배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다시 서서히 아랫배를 집어넣으면서, 서서히 공기 입자를 밀어낸다고 생각한다. 이어서 아랫배가 다 들어갔을 때, 공기 입자가 코끝으로 다시 나왔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렇게 한번 숨을 길게 내쉴 때마다, 마음속으로 크게 “하나아! 두우울! 세에엣! 네에엣! 다서엇! 여서엇! 일고옵! 여더얼! 아호옵! 여어얼!”하면서, 열까지 세고는 또다시 하나로 돌아와 수를 세면된다. 처음에는 끊임없이 일어나는 잡념의 방해로 이것이 쉽지 않으나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 그런데 만일 수세는 것을 놓쳤을 때는, 다시 하나부터 수를 세면된다.

 

박영재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전공분야: 입자이론물리학)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1989년 9월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물리학과장, 교무처장, 자연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한편 1975년 10월 임제종 양기파의 법맥을 이은 선도회 초대 지도법사이셨던 종달 선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스승이 제시한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0년 6월 종달 선사 입적 이후 지금까지 선도회(2009년 사단법인 선도성찰나눔실천회로 새롭게 발족)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한편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께 두 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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