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경찰이 2차 테러가 시도됐던 지역을 봉쇄하고 있다.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스페인 람블라스 거리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현재까지 13명이 사망했다. 스페인 당국은 이번 사건을 테러행위로 규정했다.

◇ 또다시 발생한 급진주의 테러

BBC에 따르면 사건은 17일(스페인 현지시각) 오후 4시50분에 일어났다. 목격자들은 흰색 차량이 인도로 돌진해 고의로 사람들을 노렸다고 증언했다. 부상자는 80~100명으로 추산되며 카탈루냐 경찰은 15명이 중태라고 밝혔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이번 사건을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테러로 규정했으며, CNN은 18일 기사에서 IS의 선전매체인 아마크 통신사가 바르셀로나 공격의 가해자는 ‘이슬람 세력의 군대’였음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CNN과 가디언은 IS와 이번 사건의 연관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스페인은 지난 2004년 191명의 사망자를 낸 기차역 폭발물 테러 이후 13년간 특별한 테러사건을 경험하지 않았다. CNN의 안보 전문가 피터 베르겐은 스페인이 이슬람 분쟁지역에 파병한 군대의 수가 매우 적다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스페인은 해묵은 테러의 공포를 되살리게 됐다.

사건 발생 수 시간 뒤 재차 보도된 테러 관련 소식은 충격의 수위를 한 층 높였다. 다수의 매체는 18일(현지시각) 바르셀로나에서 120킬로미터 떨어진 캠브릴스에서 2차 테러시도를 제압했다는 스페인 경찰의 발표를 집중 보도했다. 가디언은 캠브릴스에서도 람블라스 거리에서처럼 차량이 행인들 사이로 뛰어들었으며, 경찰관 한 명을 포함해 일곱 명이 부상당했다고 전했다. 또한 스페인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용의자들 중 한 명이 폭발장치가 달린 벨트를 매고 있었다고 밝혀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었음을 시사했다.

불특정다수를 노린 테러행각에 전 세계는 슬픔과 분노에 휩싸였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사디크 칸 런던시장 등 유럽 각국의 인사들은 희생자에 대한 위로와 테러세력에 대한 저항의지를 표명했으며 에펠탑은 조명을 꺼 사망자들을 애도했다. 한국 또한 외교부 성명을 발표해 애도를 표하며 “국제사회의 테러 척결 노력에 계속 동참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백인우월주의 폭력시위에 양비론적 입장을 취해 격렬한 비판에 직면했던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번엔 분명한 목소리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발생 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바르셀로나 테러를 규탄하며, 도움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할 것이다”고 발언했다.

◇ 시장에서 발 빼는 투자자들

북한과 트럼프 대통령의 설전으로 긴장감이 고조됐던 금융시장은 테러 소식으로 다시 움츠러들었다.

블룸버그는 18일(현지시각) 기사에서 아시아 주식시장의 S&P500지수가 1.5% 떨어졌으며 이는 2017년 들어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라고 밝혔다. 미국 거래시장의 시가변동이 극심해지면서 한국·일본·홍콩의 주가변동성이 높아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주식시장 급락의 원인 중 하나로 이번 테러를 지목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히 위협적이라는 것을 일깨웠다”고 단평했다.

CNN 또한 이 날 다우30지수가 274포인트 하락한 것을 비중 있게 보도하며 “시장이 초조함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30개 항목의 주가가 예외 없이 모두 하락했으며 주가변동성지수(VIX)는 30% 이상 급증했다.

투자 위축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CNN이 투자자들의 투자열의를 0에서 100까지의 숫자로 수치화해 발표하는 ‘공포와 탐욕지수'는 이 날 19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심각한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불과 한 달 전까지 64로 양호했던 해당 지수는 이후 급락을 이어가 최근 조성된 국제적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잘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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